삼성그룹이 ‘아픈 손가락’인 삼성중공업에 그룹 최고 제조공정효율화 전문가를 급파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소장 위에 생산부문장(사장급)을 신설해 김종호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사장)을 영입했다. 박대영 대표이사와 함께 ‘투톱’ 사장직을 맡긴 것이다.
29일 삼성중공업은 3월 1일자로 신임 생산부무낭에 김종호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 겸 창조경제지원센터장(사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김 부문장이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무선사업부 글로벌 제조팀장, 제조기술센터장 등을 역임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세계 1등으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한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삼성중공업에 평생 전자제품을 만들어 온 엔지니어가 사장급으로 날아온 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사가 삼성중공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김 부문장은 자타공인 삼성전자 최고의 ‘제조공정 효율화 달인’으로 꼽히는 인재다. 휴대폰 뿐만이 아니라 반도체,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김 부문장 손을 거치면 비용은 줄고 생산성은 늘어나는 공장의 혁신이 이뤄졌다. 국내 공장은 물론 삼성전자의 해외공장 신설을 앞두고도 김 부문장은 전세계를 누비며 ‘매의 눈’으로 공정을 체크해왔다.
이런 인재를 삼성그룹이 거제도 조선소에 수혈하기로 한 건, 그만큼 삼성중공업의 제조공정 혁신이 긴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소 야드는 사실 가장 거대한 공장 중 하나다. 수만개의 부품과 쇳덩이가 모여 거대한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들어낸다. 납기를 얼마나 줄일지, 도크를 얼마나 짧은 시간에 나눠서 써야하는지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조선업을 ‘용접과 공정관리의 기술 ’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인력구조조정과 공정개선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외부의 사각에서 제로 베이스부터 조선소를 혁신할 소방수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소들이 다른 부분의 전문가를 영입한 사례는 한진중공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을 앞두고 건설부문의 엔지니어와 재무관리자를 조선소로 보내 공정혁신과 비용절감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특히 김 부문장은 선박 보다도 해양플랜트 공정혁신에 정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소들이 선박건조 부문에선 충분한 공정 효율화를 이뤄냈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에게 해양플랜트는 아직도 끊나지 않은 지뢰밭이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로부터 14억7000억달러에 수주한 LNG생산설비(FLNG)가 2년여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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