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첫 부부동반 여행으로 오는 5월 강원도 동해발 크루즈 선을 예약한 A씨(47, 남)는 ‘바다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크루즈선을 이용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이동은 크루즈 선을 통해 밤사이 편안하게 하고 아침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일본 북해도, 아오모리, 가나자와 등 각기 다른 외국 도시에서 하루를 시작해 한번에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어서다.
길이 253m, 폭 32m의 7만5000t급 배 안에는 수영장, 레스토랑, 헬스장까지 갖춰졌다. 중국에서 출항하는 크루즈처럼 카지노 시설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한국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선박이다 보니 아무래도 중국인 중심 크루즈보다 조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A씨는 “가족들과 함께 여러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데다 이동할 때마다 번거롭게 짐을 다시 싸지 않아도 돼 부인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7일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을 경유하는 외국 크루즈 관광객 유치활동을 확대하고 한국 국적 크루즈선사 출범을 지원하는 등 내용을 담은 ‘2016년 크루즈산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제주, 부산 등 국내 주요 기항지에 올해 크루즈 관광객 150만명을, 내년에는 200만명을 유치하고 국적 크루즈선 취항과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내년에 한국 국적 크루즈선 취항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동해, 부산 등 국내 항구를 모항(크루즈 관광 출발항구)로 하는 시범운항도 실시된다. 코스는 주로 일본쪽으로 롯데관광개발, 하나투어, 코스타선사 등이 운영하는 7만5000t급 Costa Victoria호가 5월부터 출항한다. 현재 국내 크루즈 수요는 3만명 수준으로 크루즈 관광 체험객이 늘면 2020년까지 20만명으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크루즈 관광은 최소 7만5000t부터 크게는 20만t을 넘는 대형 크루즈 선에 관광객 수천명을 한번에 태우고 바다를 건너 나라와 나라 사이를 여행하는 관광상품이다.
해외에서 출발해 제주, 부산 등 한국 항구를 거쳐가는 크루즈선 관광객 수도 2012년 28만2406명에서 2014년 105만7872명으로 훌쩍 뛰었다. 관광객 증가를 이끌고 있는 주동력은 외국 쇼핑을 즐기는 중국 관광객들이다.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이 한때 87만5004명으로 줄기도 했지만 중국인 크루즈 열풍이 가족단위 여행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대개 1~2월은 비수기로 구분되는데 올해에는 비수기도 없어졌다. 지난 2월까지 두달 동안에만 11만9802명의 관광객이 한국 항구를 들렀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중국 크루즈 관광 시장은 올해 230만명, 내년 280만명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도 이미 올해 908개 크루즈선의 입항이 확정돼 150만 관광객을 목적에 두고 있으며 내년까지 200만 크루즈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객 증가, 인프라 확충에 따라 제주, 부산 등 주요 기항지 경제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항구를 중간에 거쳐간 외국 관광객은 1인 평균 1068달러(중국인 1662달러, 일본이 272달러)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계산으로 14년 기준 한국 기항에 1조2000억원의 지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2020년 300만명이 기항지를 들르면 3조5000억원의 지출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해수부는 또 3개 교육기관을 선정해 2020년까지 국비로 크루즈 승무원 20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 덜 알려졌지만 크루즈 관광이 탄력을 받으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인프라 확충과 내년도 국적선사 출범을 목표로 하되 내국인 카지노 도입 여부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향후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