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어제는 아군, 오늘은 적이라는 묘한 상황에 처했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부터 결사 반대라는 입장을 공유하고 함께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다음달 시행될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2.1㎓ 대역 재할당이라는 이슈를 공유하고 있어 LG유플러스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내심 불편한 눈치가 역력하다. 양사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때 보여준 팀워크가 매우 끈끈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전면에 나서 맞서는 행동대장 역할을 한 반면 KT는 반대 근거를 제공하고 뒷심을 받치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양사의 합동 공격에 SK텔레콤측도 난감함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양사의 훈훈한 공조는 급랭 분위기다. 지난 4일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안 토론회에서 미래부가 황금 주파수인 2.1㎓를 놓고 SK텔레콤과 KT가 부담해야 하는 재할당 댓가와 경매가를 연동해 결국 두 회사에게 불리한 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LG유플러스에게는 재할당 댓가와 관계없이 경매에 참여할 수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양사의 표정은 토론회에 참석한 각사 임원들의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각 사업자별로 유·불리를 따져서 원칙을 세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바꿔 말하면 현 안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반면 최영석 KT 상무는 “재할당 댓가에 있어 연동은 당연하지만 광대역을 받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는 사업자를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며 “(2.1㎓ 대역에서) 3G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광대역이 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즉 사업자별 차등, 특히 3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LG유플러스를 지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를 놓고 계속 대립각을 세우기도 어려운 것이 양사의 현실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에 대한 미래부의 인가가 20대 국회가 열리기 전에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총선 이후 20대 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통과되면 합병 인가에 더 까다로운 조건이 붙을 수 있다. 따라서 SK텔레콤의 독촉으로
이럴 경우 KT와 LG유플러스는 다시 빠르게 공조에 나서 합병을 막아야 한다. 마냥 친하기도, 마냥 소원하기도 어려운 양사의 상황에 공조를 취해야 하는 실무자들만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디지털뉴스국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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