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경영진을 비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가방에 부착한 조종사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연기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일 저녁 이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오는 9일로 예정된 징계 결정을 다음주로 미뤘다.
임금 협상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조종사 노조의 스티커에는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달 25일 이규남 조종사 노조 위원장를 포함해 조종사 노조 집행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 심의를 이어왔다.
조종사 노조는 이달 4일 스티커 부착 노조원 20여명에 대한 징계 심의 중단과 임금교섭 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사측에 보냈으며, 대한항공은 자격심의위원회를 다음주로 연기하고 임금협상 재개에 응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종사 노조는 업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일 저녁 공문 접수를 거부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사측의 이번 결정이 대의원회의와 집회를 앞둔 노조 흔들기라는 입장이다. 또 사측이 노조원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한지 4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화책을 내밀면서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같은 날인 7일 대한항공은 자격심의위원회를 열고 준법투쟁 일환으로 여객기 조종을 거부해 대기발령 중이던 기장에게 파면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사실 조사에만 한 달정도가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보름여 만의 중징계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이날 열리는 조종사 노조 집행부의 확대 간부회의 투쟁 수위 결정이 대한항공 노사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항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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