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치매전단계(경도인지장애)부터 정확하게 알아내는 진단법이 개발됐다. 이로써 적절한 치료는 물론 환자에게도 미래를 대비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치매 진단은 의사의 병력청취, 검진, 뇌영상검사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기억력이 떨어져가는 치매전단계를 확실히 감별하는 것은 현재까지 거의 불가능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김만호 교수팀은 코 상피세포 내 마이크로RNA-206 (mir-206)의 발현양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 우울증환자, 치매전단계, 치매환자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후각신경말단이 있는 상피조직을 떼어내 정량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을 통해 마이크로 RNA-206의 발현양을 검사했다. 그 결과 치매전단계는 정상인에 비해 7.8배, 치매 환자들은 41.5배의 mir-206 발현양을 보였다. 반면, 우울증 환자들은 기억력이 저하되어 있음에도 mir-206 발현양은 정상인과 같게 나와 치매와는 뚜렷하게 구별됐다.
주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상용화되면 치매검진에 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기억력이 떨어지는 환자들도 본인이 치매로 진행될 것인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발명한 치매약물인 ‘mir-206 억제제’를 치매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지난 2006~2014년 우리나라에서 치매로 치료받은 환자는 67만 6000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매년 급증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병은 현재까지 치료약이 없고 증상을 일부 완화시키는 약물치료가 전부다. 치매가 무서웠던 것은 치매전단계 환자들이 최초 증상 후 약 10년이 지나야 비로소 치매로 진행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거나 미래에 대비할 계획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한 치매와는 다르지만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나 만성스트레스에 의한 주의집중력 저하도 치매전단계 환자처럼 기억력이 떨어진다.
알츠하이머 병 초기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냄새를 구별 못하는 것이다. 이는 냄새를 뇌로 전달하는 후각신경계에 병리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
이번 연구는 서울대 의과대학 학내벤처기업인 ㈜어드밴스드엔티(대표 이상건)와 함께 진행됐으며 최근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발표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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