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필수품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겠다던 이마트의 야심찬 행보가 주춤하고 있다. 기저귀를 필두로 매주 한 개씩 최저가 상품을 선보였던 이마트는 ‘가격 경쟁’을 선포한 지 한달이 지난 지금 별다른 아이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못 내놓는 것일까, 안 내놓는 것일까.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달 18일 육아 필수품인 기저귀를 업계 최저가로 선보였다. 자사 매출을 위협하는 쿠팡 등 소셜커머스를 따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경쟁 이유도 당당히 밝혔다. 이어 일주일이 채 안 돼 또 다른 육아 필수품 분유를 최저가로 내놓았다. 이달 3일과 10일에는 각각 여성위생용품과 커피믹스를 할인 품목으로 선보이며 소셜커머스와의 가격 경쟁에서 이슈를 선점해 나갔다.
하지만 마지막 최저가 상품 이후 이마트는 2주 동안 할인 품목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빠른 시일 내에 최저가 상품을 내놓을 계획 역시 없어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당초 최저가 상품으로 정한 상품에 대해 매주 목요일 최저가로 가격조정을 하겠다는 얘기지 매주 최저가 상품을 선정해 발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떻게 할인 품목을 주마다 내놓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마트의 기본 방침은 최저가 상품을 장차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이마트=생필품 최저가'란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다만 여러 제조사와 매입단계에서부터 마케팅까지 다방면에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내놓을 순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과 한달 전 “가격의 끝을 보여주겠다”며 공격적으로 최저가 상품을 선보였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의 이같은 행보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소셜커머스를 상대로 가격 경쟁을 벌이는 일이 장기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는 온라인 기반의 소셜커머스와 달리 인건비, 매장유지비 지출을 간과할 수 없다”며 “이마트가 미리 정해놓은 유통마진의 감소폭이 있을 텐데 그 이상의 손해를 본다면 업계 1위라도 최저가 상품을 더 이상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가 이미 최저가 품목을 선정했지만 내놓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소셜커머스와의 가격 전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시큰둥해서다. 일례로, 기저귀의 경우 이마트가 최저가를 선언한 이후 곧장 쿠팡, 티몬 등의 소셜커머스에서 반격을 시작해 또 다른 최저가 상품을 내놓았다. 서로가 ‘최최저가’를 외치는 형국에서 기저귀 한장당 가격차이는 ‘1원’까지 내려갔다. 미미한 가격 차이에 소비자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 것.
소셜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사실 1원 정도의 가격 이득을 보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익숙한 소비패턴을 바꾸기는 힘들다”며 “오히려 가격 차이가 좀 나도 기존 소비 채널에 대한 충성심을 발휘하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마트가 지난달 가격 경쟁을 선언한 이후 소셜커머스의 매출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오른 곳도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제는 가격 경쟁이 다가 아닌 것 같다”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 밖에 “이마트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깎는다”는 중소 유통업체들의 볼멘 소리가 나와 최저가 품목 선정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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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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