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일 공개한 1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분기 대비 8.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5%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외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수익성은 더 높아진 것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지만 매출은 예상치와 비슷했다”며 “아직 수요의 개선은 보이지 않았지만 삼성의 손익개선 노력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이러한 체질개선은 프리미엄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선사업부의 경우 고가의 갤럭시 S7 판매비중을 끌어올리면서 중저가 제품은 줄여 중저가 부문의 손익을 개선해 영업이익을 늘려놨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스마트폰에서 갤럭시A와 J 등 중저가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초에는 모든 역량을 프리미엄급인 갤럭시S7에만 쏟아부었다. 인도와 동남아 등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많이 판매되지 않는 시장에서도 갤럭시S7 출시행사를 별도로 갖는 등 공을 들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한다”며 “‘삼성=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굳혀야 중저가 라인업도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3월 출시한 ‘셰프 컬렉션’도 생활가전 분야에서 삼성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전략 가운데 하나다. 2013~2014년 러시아 브라질 등 주력 신흥시장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삼성은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위기를 겪었다. 현지 통화에 맞춰서 판 뒤 국내 환율을 적용하면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이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 셰프 컬렉션이다. 기존 제품의 가격을 올려 매출 부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내세워 새로운 계층 공략에 나선 것이다. 특히 셰프(요리사)를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고 제품의 기능을 한차원 끌어올린 전략은 글로벌 프리미엄 수요층에 제대로 먹혀 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이익률은 기존 제품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보면 된다”며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기 때문에 하위 제품군의 가격을 올리는 데에도 소비자들의 저항이 적다”고 설명했다.
TV부문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1분기는 가전시장 비수기였지만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린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2세대 SUHD TV를 출시하면서 65인치 이상 초대형 모델을 8개로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TV인 SUHD TV 판매도 지난 한해 1500만대 가량 팔렸는데, 올 1분기에만 500만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소비자가전부문이 1분기 4.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도 이 덕분이다.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50인치 이상 대화면 TV 시장의 성장세도 좋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올해 50인치 이상 TV 시장 규모(판매대수 기준)는 3660만대로 지난해보다 38.7%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최근 초(超)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시그니처(LG SIGNATURE)’를 출시하고 2분기부터
LG전자 관계자는 “상위 5% 계층에서는 소비에 불황에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LG 시그니처는 정확히 이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송성훈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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