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해운업 불황이 계속될지 몰랐다. 2013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경영난 속에서 자구안을 마련할때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2조~3조원 규모 자구안을 마련했고, 당시에도 그야말로 ‘있는것 없는것 다 판다’는 분위기였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3년 금융 계열사와 항만 매각 등을 포함한 3조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워 산업은행에 제출한 바 있다. 2년 여만에 6000억원 규모인 현대증권 매각을 제외하고 90%가 넘게 이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되면서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당장 막아야 할 금융부채 만기가 수 개월 단위로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하는 등 추가 자구안을 세워야만 했다. 지난해 말 마무리하지 못했던 현대증권 매각은 별탈없이 진행 중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6000억원 규모로 예상됐던 매각금액이 1조원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현대상선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벌크사업은 정리했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항만 지분도 대부분 팔아치운 상태다. 또 현대그룹내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로 넘겼다. 업황이 좋아지더라도 재도약의 발판은 거의 사라졌고, 해운업 불황이 1년만 더 지속된다면 버틸 여력은 ‘0’에 가깝다.
한진해운 역시 2013년부터 벌크 전용선 사업부 정리 등을 통해 2조 3500억원을 마련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최근엔 런던 본사 사옥과 광양터미널 등 자산을 매각하고 있지만, 채
해운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결국 7월 법정관리에 가게 될 경우 정부 주도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인위적인 인수합병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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