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집단 사망·폐질환 사건이 발생했던 2011년 이후 5년만에 관련업계에서 처음으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대책이 발표됐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PB(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판매했던 롯데마트가 공식적으로 전면적인 보상책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검찰이 사건 관련자를 소환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기업 차원에서의 수습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지 주목된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마트가 판매했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해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PB 상품으로 판매했다. 판매대수는 5만 1000여개다.
김 대표는 이어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할 것”이라며 “피해 보상이 필요한 분들의 선정과 피해보상 기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 피해 보상 재원 마련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보상 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김 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 사이 인과 관계가 확인된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수사 종결 후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하겠다”며 “우선 급하게 100억원은 마련하고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가 사과와 수습 방안을 따로 내놓은 것은 지난 2011년 사건 발생 이후로 5년만에 처음이다.
문제가 된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는 마트측이 2006년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제품으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만들어졌다.
이번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기까지 롯데그룹 내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롯데마트가 해당 제품을 판매하던 시절 대표를 맡았던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고객들을 위한 선제적 보상 추진 발표를 건의했지만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반대 지적도 그룹 내에서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한 신동빈 회장이 상황 악화를 피하기 위해 “사회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선제적 조처를 하라”고 지시하면서 전격적으로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는 가운데 롯데마트가 한발 앞서 사과 보상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관련 업계의 보상 노력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우선 롯데마트와 같은 성분을 사용해 제품을 판매·유통한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가 그 대상이며
[손일선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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