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에서 단말기를 개통한 김효석씨(34)는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무수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네이트,11번가, 시럽, 쇼킹딜 등 평소 사용하지 않는 앱들이었다.
김씨는 “이용자 의사와 상관없이 앱을 설치해놓고 사용하라고 강요받은 느낌이다. 일부 앱들은 삭제도 안된다”면서 “통신사가 스마트폰에 앱을 선탑재하는 관행은 스마트폰 이용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선탑재시키는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침 유럽에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팔면서 구글 검색 엔진이나 구글맵과 같은 구글 앱을 미리 깔아놓는 것은 독점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단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은 “구글의 이런 행동이 소비자의 앱 선택권을 제한하고 관련 업체간의 공정한 경쟁을 막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통사들이 스마트폰에 자사 앱을 선탑재시키는 관행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24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단말기에 20여개 가까운 앱을 기본 탑재시키고 있다. 갤럭시 S7 기준으로 SKT 선탑재앱(프리로더 앱)은 총 24개, KT는 19개, LG유플러스는 21개에 달한다. 3사 모두 필수앱은 4개씩 갖고 있다. 필수앱은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고유한 기능과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하거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의 설치·운용에 요구되는 앱으로 삭제가 불가능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필수앱은 고객 지원 편의·단말기 고유 기능과 관련한 앱으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설치해놨다”고 주장했다. 또 “선택앱은 고객에게 서비스 추천 의미로 설치한 것인데 이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삭제할 수 있도록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앱을 제거해야 하는 것도 노동비용”이라며 “한 스마트폰에 통신사 하나밖에 쓸수 없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독과점 지위를 남용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용자에게 앱을 선탑재해도 되는지 동의를 물어보는 절차를 의무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선탑재 앱 문제는 수년전부터 지적되온 해묵은 과제다. 정부는 2014년 선탑재앱 관리 감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 ’을 만들고 통신사에게 선탑재 앱을 줄일 것을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앞서 2013년 박대출 전 국회의원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와 제조사 등이 갤럭시 S4에 탑재한 기본 앱은 69개다. 24일 현재 갤럭시 S7에 탑재된 전체 기본 앱 역시 61개로 3년전과 큰 차이가 없다. 선택앱에 대한 삭제 권한 부분도 개선이 미흡하다. 미래부는 “2014년 이후 출시 단말은 선택앱에 대한 선택 기능을 부여하고 기존 출시 기기는 기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선택 권한을 최대한 적용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통사나 제조사 모두 선탑재 앱 삭제에 대한 안내는 하지 않고 있다.
홍대식 서
[이선희 기자 / 오찬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