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재계 주요 잇슈로 떠오른 가운데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이 민간 차원의 자발적 구조조정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스테인리스강 등을 제조하는 포스코특수강은 2011년에 매출 1조 6629억원에 영업이익 1592억원을 기록한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주력사업이 아니었던 구조용강 사업 등에 욕심을 냈고, 철강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자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281억원으로 줄었고, 2015년 1분기에는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 적자 위기를 맞이한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철강협회 회장, 부회장으로 호흡을 맞춰왔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았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을 통해 자동차용 구조용강 사업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면 중복사업을 줄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분위기 하에서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지난해 3월 1조 1000억원에 인수했다. 군산 세아베스틸과 창원 세아창원특수강은 모태가 각각 기아특수강, 삼미특수강이다. 경쟁력을 상실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쳐 서로 다른 주인을 만났다가 이번에 한 가족이 됐다.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며 포스코, 현대제철과 함께 철강 3대 그룹 반열에 올랐다.
세아그룹은 1년여 만에 이 회사 실적을 반등시켰다. 세아창원특수강이 세아그룹의 핵심주력 회사로 등장하며 알짜 회사로 부활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9.5% 늘어난 42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2%에서 4.3% 로 개선됐다.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기 전까지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은 일부 중복 사업이 있었고 불경기에 공급 과잉에 시달렸다.
이지용 세아창원특수강 대표는 “세아베스틸과 중첩되는 사업과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생산설비를 구조조정했다”며 “고품질 저원가형 구조로 바꾼 것이 철강경기 불황 속에서 실적 개선을 이룬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시절에는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쓴 것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자동차 구조용 강은 세아베스틸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었지만 포스코특수강은 이 시장을 넘보다가 어려움을 자초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포스코식 기업문화와 잘 맞지 않은 점도 있었다. 대표이사를 비롯 핵심임원은 포스코 출신이 낙하산으로 오다보니 임직원들의 의욕도 꺾인 것이 사실이었다.
이 대표는 “특수강은 미세관리가 필요한 분야”라며 “포스코와 같은 대그룹 체제에 있는 것보다 세아그룹에서 주력 계열사로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지난 1월 포스코 이름을 떼고 난 첫 회사채 발행에서 흥행을 거뒀다.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9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온 것.
이 회사는 이제 미래를 위한 R&D 역량을 강화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됐다.
이 대표는 “10여명에 불과했던 기술연구소 인력을 70여명으로 늘렸다”며 “방위사업, 항공우주, 원자력 등에 쓰이는 특수소재인 특수합금 개발을 통해 미래 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내식성이 강한 특수합금을 개발,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주력사업인 스테인리스 제품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 실적 회복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스테인리스가격은 중국산 가격이 오르는 등 3월부터 회복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가 앞으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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