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가 9일 입법예고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에 대해 관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한선 기준이 너무 낮아 한우나 프리미엄 과일 등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결국 농축수산물 생산자들과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겨우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는 내수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에서 올해 설날 판매된 선물세트 가운데 5만원 이하 상품의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장 올해 추석부터 고급 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 비중이 높지만 이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만든 참치·햄세트 등 가공식품과 샴푸 등 생필품이 대부분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선물을 5만원 이하로 하려면 결국 원가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의 값싼 선물세트가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국내 농가나 중소상인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나 중소상공인, 장인들이 만든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5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고가 선물의 대명사인 한우 시장은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한우 명절 선물세트 목록을 확인해본 결과 5만원 이하 상품은 단 한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저렴한 한우세트가 8만원대였다. 김현수 NH순한한우조합공동사업법인 부장은 “거의 모든 농가가 설·추석 등 매년 두 차례 대목 시기에 맞춰 소를 키우고 한우를 공급하고 있는데 기준선이 5만원으로 제한되면 한우 수요는 급락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과, 배 등 프리미엄 과일을 생산하는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송인호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국내 농가들의 경우 매출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농가들의 피해 뿐 아니라 내수위축도 불가피한 만큼 향후 법안에서 농축수산물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국내 농수산물의 수요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저가산 중국제품이 대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업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한우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한 외식업소 대표는 “가뜩이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일반 서민 고객들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며 “그나마 비즈니스 접대 고객들이 자주 애용했는데 김영란법을 우려해 매장을 찾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의 음식을 판매하는 호텔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재료비 등 다양한 사항을 감안하면 3만원 이하 메뉴를 내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훼업계 역시 이번 법안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화훼시장은 대략 1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경조사 화환이나 조화 등이 70~80%(7000억~8000억원)를 차
[손일선 기자 / 서진우 기자/ 박인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