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진해소에는 이른 무더위와 달리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채권단의 예상보다 빨라진 법정관리 발표탓에 당혹함이 역력했다.
조선소 밖에서 만난 한 근로자 김모(36)씨는 “이미 대부분 체념한 상태였지만 막연히 희망을 갖고 있었다”며 “법정관리도 그래도 하반기나 몇 달후에나 들어가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너무 빨리 진행되는 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채권단의 법정관리 불가피성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공포와 실업자가 된다는 분위기에 직원들은 술렁였다.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와 실업 공포가 피부에 직접적으로 느껴진 탓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4년부터 올초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해 정규직 인원만 1500명을 내보냈다. 자율협약 체결 직전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수는 3600여명으로 그동안 절반 가까운 인원을 줄어든 것이다. 협력사 직원도 약 4000명으로 같은 기간 동안 1000여명이 줄었고 계속해서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직률도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평균 80~100명이던 근로자 이직수가 올해 들어서만 50여명이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근로자 이모(34) 씨는 “그나마 능력있는 친구들은 벌써 다른 업종이나 회사로 이직을 했다”며 “어떤 동료들은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가 위기다보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중국으로 넘어갈 생각에) 중국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들도 당장 ‘연쇄부도 우려’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선소 바로 옆에 조성된 죽곡일반산단에 입주한 8개 협력사 협의체인 창원조선기자재협의회는 연쇄도산 가능성을 걱정했다. 이미 법정관리 가능성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부터 협력업체에서 쓰는 용접봉 등 부자재들이 들어오지 않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또 STX조선으로부터 수십억에 달하는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던 협력사들이 지난해부터 약속어음으로 결제수단이 바뀌면서 유동성 위기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김영길 창원조선기자재협회 사무국장은 “당장 받은 약속어음들은 법정관리 소식에 현금화하기도 어려워지고 있고, 은행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데가 있다”며 “STX에만 100% 납품을 하는 죽곡산단 협력업체 뿐만아니라 창원과 부산 녹산산단에 입주한 협력사들 비슷한 사정이다. 이들 직원만 1000여명인데 갈데가 없다”고 우려했다.
금속노조 STX조선해양 지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정부의 법정관리의 회생 가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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