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날 알아볼까?’
애완용으로 물고기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해봄직한 질문이다. 최근 영국과 호주 공동연구팀이 이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호주 퀸즐랜드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열대어인 ‘물총고기(archerfish)’가 앞서 본 사람을 기억하고 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일부 영장류와 조류에선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종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어류에서 이같은 능력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7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됐다.
물총고기는 길이 10㎝ 정도의 열대어로 입 안에 물을 모은 뒤 빨대처럼 생긴 입 구조를 이용해 마치 물총처럼 멀리까지 물을 쏠 수 있다. 물총고기는 물총을 사용해 물 밖의 곤충 등을 맞춰 떨어뜨린뒤 잡아먹는다.
연구팀의 일원인 케이트 뉴포트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과학자들은 사람에 비해 단순한 두뇌를 가진 동물들이 어떻게 얼굴을 인식하는지 궁금해했다”며 “사람처럼 얼굴인식을 담당한 뇌 부위가 없는 물고기가 연구대상으론 제격이었다”고 밝혔다. 수많은 물고기 중 물총고기를 실험에 사용한 것은 물총고기의 경우 물총을 통해 특정 대상을 ‘지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물총고기가 들어있는 수조 위에 모니터를 두고 이 모니터에 사람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그 뒤 모니터를 통해 앞서 보여준 얼굴사진과 이와는 다른 다른 낯선 사람의 얼굴사진을 나란히 보여줬다. 그러자 물총고기는 익숙한 얼굴 사진을 향해 물총을 쐈다.
연구팀은 40명이 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준 뒤 물총고기가 익숙한 사람을 얼마나 잘 골라낼 수 있는지 실험했다. 흑백으로 바꾼 사진을 제시하기도했고 머리 모양을 바꿔 보여주기도 했다
뉴포트 연구원은 “3만종 이상의 물고기가 알려져있다”며 “물총고기 외에도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또다른 종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