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지주회사 자산요건도 올 9월부터 현행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5배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공정위는 이수그룹, 태광-티브로드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자산규모가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인 총 89개사 지주회사에 대해선 지주회사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지주회사 규제에서 벗어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줄 계획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9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자산요건을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대기업 집단 기준을 상향조정한 것과 발맞춰서 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며 “자산규모 5000억원 미만 지주회사는 평균 소속회사 수가 8개로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지주회사가 14개인 점을 감안할 때 출자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따라서 경제력 집중 우려가 낮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주회사는 총 140개다. 이 가운데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 기업 집단은 총 89개로 이수그룹, 태광-티브로드 그룹, 현대백화점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들은 오는 9월부터 현행 지주회사 체제로 남을지 아니면 지주회사 규제에서 벗어나 순환출자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시킬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당분간 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에 자산 1000억원이라는 지주회사 요건이 도입된 이후 14년이 지나서 제도가 전면 개편되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아직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바뀐 기준으로 지주회사와 세제 혜택 간에 면밀한 검토가 안돼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오너 1세대가 2·3세대로 상속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로 개편한 사례들도 있기 때문에 다시 순환출자 구조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세제 혜택만으로는 지주회사 체제에 남을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회사들이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규모도 많아야 수십억원에 불과해 세제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주회사 체제는 맨 꼭대기에 지주회사가 있고 이를 기점으로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등으로 내려가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을 뜻한다. 정부는 계열사끼리 서로 지분을 주고 받으면서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자산 규모가 큰 지주회사에 한해서는 각종 규제를 신설해 경제력 집중을 막되 반대급부로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규제로는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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