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 이하 소형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진입 규제가 12년만에 풀린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허가제를 통해 사실상 영업용 화물차 수급을 통제해 왔지만 앞으로는 법인이라면 업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형 화물차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쿠팡을 비롯한 신규사업자들을 옭아매던 족쇄가 사라지게 돼 법적 부담 없이 본격적인 물류시장 진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물류 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달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 예정인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핵심은 법인이 보유한 1.5t이하의 소형 화물차를 대상으로 기존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업체나 온라인 쇼핑몰,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업체들은 자유롭게 1.5t이하 영업용 화물차를 증차할 수 있게 됐다. 유통과 물류 사업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해지게 된 셈이다.
현행 화물운수사업법은 영업용 화물차임을 입증하는 ‘노란 번호판’을 발급받지 못한 자가용 화물차의 경우 돈을 받고 화물운송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직후인 2004년 도입된 허가제는 화물차주들의 수익성 보호를 위한 사실상의 총량규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과 택배업 활성화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이 확산되면서 소형 화물차 수요는 급증했지만 신규 공급은 막히면서 차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그 결과 양·수도가 가능한 영업용 화물차용 번호판 가격이 2500만원이 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해 무료배송에 나선 쿠팡에 대해 영업용 화물차 규제 위반을 이유로 기존 화물업계가 소송까지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낡은 규제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경직적인 화물운송 관련 규제를 시장친화적으로 개편해야한다는데 정부와 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형 화물차 등록제 전환 외에도 대관령 목장 등 백두대간 완충지역에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고, 16세이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부모 동의하에 일정 시간 풀어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는 이같은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비롯해 서비스업에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원칙적으로 모든 업종에 주고 예외적으로 제외하는 ‘네거티브’ 방식 지원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소형 화물차 등록제 전환을 통해 정부는 화물차 시장의 병목현상 해소와 함께 국내 물류기업의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등 국내 물류기업은 DHL 등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매출은 10%, 시설이나 장비규모는 6.2%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해외 시장에서 이들 글로벌 기업과 맞서 싸울 체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글로벌 물류기업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한창이어서 더 이상 성장 정체에 달한 국내 물류 서비스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또한 국가간 물류사업자로 분류되는 글로벌 기업은 국내에서도 증차가 자유로워, 총량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런 족쇄를 풀어 물류 서비스 기업의 세계화를 이끌겠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정부는 개인·영세사업자 보호를 위해 1.5t을 넘는 대형 화물차와 개인이 보유한 소형 화물차에 대한 허가제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법인 사업자가 영업용 화물차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증차한 소형 화물차는 반드시 직영으로 운영하고 양·수도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두기로 했다.
정부는 법인에 대해 소형 화물차 총량규제가 풀리더라도 1t 이하 용달차 위주인 개인 화물차주과의 업역 다툼에 의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물류산업의 난맥상으로 남아있던 화물차 지입제(위수탁제)와 다단계 거래에 대해서도 영세업자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물류 규제는 관련 이익집단간 이해관계가 너무나도 얽혀있어, 정부는 쾌도난마식 해결보다는 점진적으로 풀어나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기재부 관계
[조시영 기자 / 전정홍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