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지외반증 환자의 발 <사진제공=뽀빠이 정형외과> |
발은 묵묵히 우리 몸을 지탱하며 군말없이 제 할일을 하지만 항상 양말이나 신발 속에 갇혀 제대로 숨을 쉬지도 못하고 땀에 절어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발에 기생하고 있는 무좀을 비롯해 지독한 발 냄새, 발톱무좀인 조갑진균증이 더욱 악화된다.
사람이 걸을 때 뒤꿈치에 가해지는 무게는 빠른 걸음으로 가면 체중의 1.5배, 조깅을 할 때는 약 2배가 된다. 뛰어올랐다가 착지를 하면 무려 6배나 되는 큰 무게가 발에게 가해진다. 이는 체중이 60㎏이라면 한 번 뛸 때마다 양발에 약 120㎏의 무게가 실린다는 얘기다.
이처럼 소중한 발이 아프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또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면 허리와 무릎에 악영향을 줘 척추·관절에 각종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발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걸을 때마다 발목운동을 통해 심장에서 발 끝까지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을 향해 퍼올리는 펌프역할을 하기도 한다.
발은 외형적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히 복잡하다. 몸을 구성하는 206개의 뼈들중 한쪽 발당 26개씩 총 52개를 가지고 있다. 뼈의 4분의 1이 발에 있다는 얘기다. 또한 64개의 근육과 힘줄(腱), 76개의 관절, 그리고 인대들이 발에 모여있다. 이 밖에 발에는 7000개에 달하는 신경이 모여 있다.
신경세포는 한쪽 발바닥에만 약 20만개가 모여 있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면 괴로워 울음을 떠트릴 정도로 못참는 것도 수많은 신경세포 때문이다.
발바닥의 신경세포는 걷거나 뛸 때 발바닥에 느껴지는 자극이 대뇌로 전달된다. 발마사지도 발바닥의 감각신경을 자극해 여러 신체장기의 반응을 유도한다는 원리로 설명된다.
발은 두살때쯤 급격히 성장한다. 따라서 부모들이 아이가 걷기도 전에 너무 빨리 신발을 신기게 되면 발의 조화로운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있다. 발 모양도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거의 모두 평발이지만 적게는 6세, 많게는 10세가 되어서야 발의 아치가 완성된다. 이런 점에서 맨발로 아이들이 걸어다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관절박사 선두훈 선병원(영훈의료재단) 이사장은‘발! 올바로 알고 똑바로 걸어라’라는 책에서 “맨발로 걸어야 정상적인 보행과정이 이뤄져 발의 뼈, 근육, 인대들이 골고루 성장하며 아치가 형성되고 발의 곳곳에 자극을 주어 감각신경의 향상과 함께 신체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몸의 하중을 지탱하는 발은 걸을 때 조그만한 변화나 무리가 있으면 즉각적인 이상 신호를 보낸다.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소건막류, 발목염좌, 발목관절염 등과 같은 증상이 대표적인 발의 이상신호들이다. 발은 맞지 않는 신발이나 높은 하이힐, 뒷굽이 높은 구두착용으로 혹사당하거나 장시간 걷고 뛰어야 하는 마라톤, 등산을 하고 나면 이상신호를 보낸다.
족저근막염은 마라톤처럼 장거리를 뛰거나 갑자기 무리하게 달릴 때 족저근막에 무리가 가서 붓고 염증이 생긴 병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에 있는 근육으로 우리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깔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해 약 18만명이 진료를 받을 정도로 흔한 족저근막염은 운동선수 또는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 하이힐, 플랫슈즈 등 충격흡수가 되지 않는 신발을 신는 젊은 여성에게서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자주 신는 가벼운 샌들이나 레인부츠가 족저근막염을 악화시킨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거나 평발 또는 발등이 높은 사람에게도 잘 생긴다.
김용상 강남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부원장은 “족저근막염이 발생하면 발뒤꿈치와 발바닥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 되고 증상이 악화되면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발바닥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며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 계단에서 앞꿈치만 올려놓고 발목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스트레칭과 특수 깔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악화되면 소염주사나 체외충격파기기 시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외충격파 시술은 체외충격파기기의 강한 파장이 신경세포를 자극해 통증이 있는 발바닥 주변 신경을 둔감하게 만드는 시술이다.
무지외반증은 잘못된 신발착용으로 엄지발가락(무지)의 뼈가 변형돼 바깥쪽으로 15°이상 꺾인(외반) 족부질환이다. 무지외반증이 생기는 것은 평발 및 가족력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 잘못된 생활습관 등 두가지 이유를 꼽을 수있다.
편한 신발을 신으면 발의 앞부분에 40%, 뒷부분에 60% 부하가 실려 엄지발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키높이 깔창을 넣은 신발을 신으면 체중의 대부분이 앞발에 실리고 그 무게의 절반이상을 감당하는 엄지발가락이 변형될 위험이 높다. 만약 발바닥 앞쪽에 통증이 있고 티눈이 생기면 무지외반증을 의심하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맞춤형 깔창으로 발바닥 전체에 고루 체중이 실리게 하는 것만으로 통증이 개선된다. 엄지발가락이 휜 각도가 크거나 통증이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이 튀어나와 문제가 된 질환이다. 소건막류를 예방하려면 발 폭이 넓은 신발을 골라 신어야 한다. 또 책상다리를 하고 오래 앉아있으면 발병하기 때문에 앉을 때는 책상다리보다 의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발목염좌는 발목 바깥쪽에 있는 3개의 인대중에서 부분적으로 파열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스포츠 인구가 들어나면서 발목염좌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발목관절염은 발목관절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주로 외상성 관절염이다. 외상성관절염은 연골이 모두 닳아 없으지면 통증이 느껴지고 무리하면 붓는다.
발 건강도 다른 신체부위와 마찬가지로 관리가 중요하다. 발 건강을 위협하는 하이힐을 신지않도록 하고 걷기나 등산도 올바른 자세로 해야 한다. 신발은 앞코가 뾰족하지 않고 발볼이 넓어 발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신발 굽은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 2~3cm가 적당하다. 깔창을 포함한 굽높이는 3~4cm가 적당하며 5cm를 넘기면 건강에 좋지 않다. 키높이 깔창을 포기할 수 없다면 사용 횟수를 주 2~3회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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