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 내진용 봉형강 분야를 강화해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안전성과 연비를 모두 높여야 하는 자동차 산업과 최근 잦아진 지진 때문에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받게 된 국내 건설 업계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30일 “현대·기아차와 함께 자동차용 강판 연구개발(R&D)을 하고 있으며, 최근 자동차용 강판 경쟁력은 이 분야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포스코에 거의 근접했다”며 “전기로에서 만들어지는 내진용 봉형강 제품 SHN재도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다”고 말했다.
고로와 전기로에서 생산한 철강 모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순도가 높은 철을, 전기로는 고철을 재활용해 고로보다 순도가 낮은 철을 생산한다. 고로강은 주로 자동차용 강판과 선박용 후판으로, 전기강은 건축자재로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고로에서 생산된 철강 약 1200만t 중 750만t 정도를 냉연강판으로 가공하고, 이중 약 500만t은 자동차용 강판으로 만든다. 냉연강판은 열연강판을 상온이나 수 백도 수준 온도에서 압연해 강도를 높이고 무게를 가볍게 한 것으로 열연강판보다 가격이 20~30% 비싸다.
현대제철은 냉연강판을 활용한 자동차용 강판 강종과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고로 가동을 시작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동차용 강종 89개를 개발해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강종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안전하고 연비가 높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강하고 가벼운 강판을 원재료로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이후 출시한 준중형급 이상 차종에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51% 이상으로 높였다. 이전까지는 자동차 제조에 사용되는 강판 중 16~21%만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
현대제철은 이같은 흐름에 맞춰 초고장도 강판 생산 시설을 늘리는 중이다. 충남 당진시 제2냉연공장에 아연·초고장도알루미늄 도금 시설을 확충하고 올해 초부터 상업가동을 시작,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을 연간 50만t 추가했다. 전남 순천공장에도 2018년까지 같은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고철을 재활용하는 전기로에서 나오는 철강으로 내진용 봉형강을 만든다. 지진에 견디는 건축자재용 철강을 만들어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과 차별화하고 제 값을 받는 것이다.
지난해 내진용 H형강 제품인 SHN재 판매량은 47만7000t이다. 2010년만 해도 SHN재 판매량은 2만t에 불과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판매량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1분기 판매량은 15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어났다.
지난해 9월 정부는 3층 이상 건물 중 연면적 500㎡ 이상인 건물은 내진설계를 꼭 하도록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데다 한반도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횟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총 42회 지진이 발생했다. 1980년대에는 연평균 15.6회 발생했지만, 2011년 이후에는 연평균 58.8회로 4배 가까이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용 냉연강판은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 중 25%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건설자재, 중장비, 조선에 고루 분포돼 있다”며 “전방 산업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기 때문에 한쪽 업황이 좋지 않아도 다른 부문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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