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규 대표가 화성에서 생산하는 밸브를 소개하고 있다. |
대구에 위치한 화성은 1987년 설립 이후 오로지 밸브 한우물만 파 온 토종 강소기업이다. 29년동안 화성에서 납품한 밸브는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덕분에 화성은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동, 동남아 수출을 성사기켰으며 나아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진출도 성공했다.
화성은 500여종의 밸브를 취급하는데 그 중 가장 주력인 제품은 도시가스, 화학·정유플랜트에 쓰이는 볼밸브다. 볼밸브란 스테인리스 또는 황동으로 만든 구(球)체의 양쪽 끝을 수평으로 절단한 후 원통 형태로 내부를 뚫은 구조다. 볼밸브가 회전하면서 파이프를 막기도 하고 열어주기도 하는 원리다. 손가락만한 밸브부터 성인 몸통보다 큰 밸브까지 다양하게 취급한다. 볼밸브는 밸브 중에서도 가장 기술 난이도가 높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경쟁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분야다. 화성은 영하 180도 액화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수준의 볼밸브도 만든다. 이 정도 밸브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는 화성이 유일하다. 장원규 화성 대표는 “2000년대 들어 국산화에 성공했고 적극적은 연구개발로 국내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며 “중동,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0여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의 수출은 2010년부터 가시화됐다. 러시아 정부가 난방용수 공급체계를 개편하면서 밸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출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생겼고 중동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눈을 돌렸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쿠웨이트 국영 정유회사인 KNPC의 납품업체로 등록됐고,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의 납품 승인도 받았다. 최근에는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 국영석유공사 승인작업도 진행중이다. 중동에 주로 수출할 제품은 석유화학 플랜트용 밸브다.
화성은 나아가 세계 최대 도시가스용 밸브 시장인 미국에도 진출했다. 미국 도시가스용 밸브를 유통하는 기업을 통해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미국에서는 유럽산 제품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가격이 비싼데다 고객사 요구가 잘 반영되지 않아 우리 제품을 납품할 기회가 생겼다”며 “미국은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에 일단 납품이 시작되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화성이 이처럼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승승장구 할 수 있던 비결은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이다. 전체 직원 250여명 중 R&D 전담인력만 30명에 달하고 매년 매출액의 3% 이상을 순수 R&D에만 투자하고 있다. 장 대표는 “밸브라는 제품이 기술적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동종업계 기업들 대부분 설비투자만 하고 기술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10년 이상 꾸준히 기술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더 안전하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의 지
[대구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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