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닭갈비에 소주가 주로 나가고, 비 오거나 궂은 날은 해물파전에 막걸리가 단연 인기다.
비 오는 날에는 기분까지 눅눅해진다. 정신을 번쩍 깨우는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과 고소한 부침개가 절로 떠오른다.
비 올 때면 왜 이런 음식이 떠오를까. 유독 밀가루 음식이 당기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손창규 대전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그 이유가 밀가루 성분에서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짜증이 나면서 인체의 혈당이 떨어지는 데 혈당치를 높여주는 식품으로 전분이 가득 든 밀가루 요리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밀가루는 몸에 열이 오르거나 갈증 나는 것을 해소해 주기 때문에 처진 기분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며 “해물이나 파 등을 첨가해 단백질과 미네랄 성분을 보충하고, 매운 고추나 파 등을 썰어 넣어 입맛을 돋구는 것도 기분 전환을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글거리는 튀김 소리와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면서 노릇노릇하게 익는 부침개 성분이 오감을 자극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울한 기분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영양학적 측면에서도 비 오는 날 막걸리와 부침개가 떠오르는 이유가 설명된다.
지영순 영동대 지영순 호텔외식조리학과 교수는 “단백질의 주성분인 아미노산과 비타민B는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주요 물질”이라며 “이런 성분이 많이 든 밀가루는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된다”고 말했다.
밀에 들어있는 아미노산과 비타민 B1·B2 성분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푸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뜨끈한 국물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부침개에 들어가는 부추·파·배추 등도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서 몸을 따뜻
이외에 막걸리와 부침개가 장마 음식이 된 데는 조상들의 농경문화가 한몫했다는 설도 있다.
대부분 농사를 짓던 시절, 비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밀가루 전을 부쳐 허기를 달래면서 막걸리를 즐긴 게 유래가 됐다는 주장이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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