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불황 타개를 위한 전략으로 ‘에너지’와 연관된 선박을 지정해 눈길을 끈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스마트십, 대우조선해양은 LNG운송선, 삼성중공업은 드릴십·부유식LNG생산설비(FLNG)를 각각 자사가 경쟁력을 갖춘 선박분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선박 운영 시스템을 발전시켜 바다 위에서 에너지원을 아낄 방법을 찾아왔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선박 기관감시제어시스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육상에서도 선박기관 상태와 운항정보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십 1.0’을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이 시스템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의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접목해 선박 운항 정보, 항만 물류 정보 등을 연결하는 커넥티드 스마트십 시스템 ‘오션링크’를 지난 5월 개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스마트십 시스템은 엔진, 발전기 등 선박 기관상태를 원격 모니터링·제어하는 데 그쳤지만, 커넥티드 스마트십은 소프트웨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내놓을 ‘스마트십 2.0’은 소프트웨어가 날씨·파도 정보를 분석해 최적 항로를 제시하고, 연비·배출가스를 고려해 최적 운항 상태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이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바다 위에서 손실 없이 LNG를 나르는 선박 건조로 유명하다. LNG운송선은 화물창 온도를 LNG의 끓는 점인 영하 161.5도 이하로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은 나무를 단열재로 사용해 화물창 제조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척당 100억원 넘게 지불하던 특허·기술 사용료를 아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기화를 막는 S-LNGC(Sealed LNGC)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국내외 특허 10여건을 출원했다. 이 기술은 LNG운송선 화물창을 내부 압력 0.7bar까지 견디도록 설계해 LNG의 끓는 점을 영하 157도로 높인다. 기존 LNG운송선 화물창은 내부압력 0.25bar까지 견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LNG운송선 건조 경험을 갖고 있어 건조기간이 짧은 것도 대우조선해양의 LNG운송선 분야 경쟁력이다. 회사 관계자는 “LNG운송선 1척 건조기간은 18개월로 경쟁사들보다 6개월 가량 짧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 분야에야세ㅓ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진출한 만큼 노하우도 있기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과 FLNG 건조분야에 각각 1990년대, 2011년 세계 최초로 뛰어들었다. 드릴십은 해저 유전에서 원유·천연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빨대 역할을 하는 선박이고, FLNG는 뽑아올린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LNG로 만드는 생산설비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 분야는 아직 전 세계에서 건조되는 설비가 3척뿐인 새로운 영역”이라며 “이중 2척을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호주에 설치될 예정인 프렐류드 FLNG는 길이 488m, 폭 74m, 높이 110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물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해양플랜트 사업서도 해답을 찾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두산중공업과 손잡고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수주물량 중 해양플랜트 비중을 40%로 조정해 사업을 계속 한다.
또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을 예방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0월 미국 선급협회 ABS와 ‘해양플랜트 표준화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해양플랜트 자재·설계·업무 절차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업무 국제 표준이 만들어지면 기자재 구매 비용이 줄어들고 공사기간 지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전략 선박 분야를 키우고 있지만 조선업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세계경기가 회복되야 한다”며 “유가가 60~80달러 수준으로 올라가야 조선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주사들이 가장 많은 유럽 경기가 회복하면 국내 조선업황도 침체기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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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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