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결혼이라 예물을 사야하는데 금값이 급등해서 더 오르기전에 서둘러 사러 왔어요.”
8일 오전 서울 종로3가 귀금속 시장.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시간이지만,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귀금속 매장의 문은 쉴새없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금·은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하루라도 빨리 귀금속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귀금속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이곳을 찾은 한 30대 예비부부는 “금값이 올라 결혼 예물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어차피 구입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오전에 시간을 내 일찌감치 나왔는데도 매장에 손님들이 많아 좀 놀랐다”고 말했다.
손자 돌반지를 구입하기 위해 종로 주얼리타운을 찾은 권은희(가명·65) 씨는 “조금 더 기다릴까 생각도 했지만 사두면 가치가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 구입하러 왔다”며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여러 매장을 돌며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은 시세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내 최대 귀금속 시장인 서울 종로 귀금속시장에 금·은 관련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역시 국제 금시세가 급등했던 2008~2009년 당시에는 귀금속 구매를 꺼리면서 귀금속시장에 ‘한기’가 돌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귀금속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귀금속시장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금·은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금 1g당 소매 가격은 지난 4월 27일 6만900원에서 이달 11일에는 6만7300원(오전 가격 기준)으로 상승했다. 불과 10주새 10.5% 가까이 오른 것이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가 확정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1g당 6만2940원)과 비교하면 금값은 2주만에 7% 가까이 올랐다. 현재 3.75g(1돈쭝) 가격은 23만6020원에 달한다. 은 소매시세는 1g에 1130원으로 브렉시트전인 지난달 23일 950원에서 18.9%나 급등했다.
최근 금·은 가격 상승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주요 원인이다. 브렉시트가 국제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왔고,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EU·일본이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자극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금·은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유동수 한국금협회 회장은 “현재 시장상황이 금값 상승을 부추기는 재료들이 많은 만큼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내다봤다.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의 한 상인도 “최근 금·은값이 폭등하면서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더 많이 찾아오고 있다.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려는 심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금값이 폭등해 가격부담이 커지자 한돈 짜리 대신 반돈 짜리 돌반지를 사고, 24K 대신 14K나 18K 반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고있다.
금 뿐만 아니라 은과 관련된 제품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골드귀금속타운의 한 귀금속업체 대표는 “최근 은으로 만든 돌반지 시세를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 금값보다 은값이 더 빠르게 상승하는 만큼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연초에만 해도 은반지 문의전화가 하루에 10건이 채 안 됐는데 최근에는 20건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귀금속도매상가의 C 도매업체 사장도 “가격이 올랐을 때 금과 은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소매업체들이 전국에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가격상승을 예상하면서 아직까지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을 팔러 나오는 움직임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로부터 금을 매입하는 가격이 3.75g(1돈쭝)에 20만원을 넘게 되면 금을 팔러 나오는 소
유동수 회장은 “아직까지는 추가적으로 오를 여지가 많다고 보는 만큼, 개인이 금을 매도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며 “소비자로부터 매입가격이 20만원대로 오르게 되면 매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승진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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