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기택 부총재의 휴직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내 한국인 몫이 사라지자 정부가 AIIB 재무국장(treasurer)에 한국인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AIIB 재무국장은 부총재 보다 한등급 낮은 국장급 보직이지만 인프라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이에 앞서 AIIB는 지난 8일 홍 부총재가 맡고 있는 최고위험책임자(CRO)를 국장급으로 강등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총재와 재무국장, 회계국장(controller) 등 4개 자리를 공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1일 AIIB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홍 부총재가 맡았던 CRO를 국장급으로 강등하자 재무국장에 한국인을 추천하고 싶다는 의사를 AIIB측에 전달했다. 한국이 AIIB에 4조원 넘는 출자금을 투입해 지분율 기준으로 5번째 국가인데도 핵심 보직 한곳도 확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해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미 티에리 드 롱게마르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내정된 CFO는 가망이 없어지자, 비교적 폭넓은 권한을 지닌 재무국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AIIB는 공고문에서 “재무국장은 재무부를 총괄하면서 자본시장에서 펀드를 조성하고 자금을 위험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는 핵심 보직”이라며 “AIIB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핵심 자본 투자와 관리 이슈를 담당하면서 총재와 부총재를 보좌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에 함께 공고가 난 회계국장은 AIIB 내부의 재무 상태 및 회계를 보고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한국인이 맡아도 얻을 실익이 거의 없다.
정부는 홍 부총재의 사례처럼 실무 경험이 없으면 AIIB 재무국장을 맡을 수 없다고 보고 관료 출신을 후보로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근 이사를 두고 있는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국제기구에는 차관보(1급) 급 간부가 파견되는 게 일반적이다. 재무국장은 상근 이사이기 때문에 최소한 1급 출신 관료 가운데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후보로 추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관료 출신이 어렵다면 국제 기구 경험이 풍부한 학자 출신도 후보가 될 수 있다.
AIIB 재무국장은 일단 본인이 직접 AIIB에 지원하고 정부가 측면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아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