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둘러싸고 중국정부의 경제적 대응조치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업체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생산을 전격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사드 배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과 삼성SDI 등에 따르면 중국의 장화이기차(JAC)는 최근 자사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EV6s’ 모델의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iEV6s’는 대당 중국 돈 23만4000위안(약 4000만원)의 가격이 책정된 JAC에서 생산된 제품 가운데 가장 비싼 SUV 모델이다. SUV에 강점을 가진 JAC는 중국서 연간 40만대 가량의 차량을 판매하는 중소형 규모의 순수 중국 자동차 회사다.
JAC가 생산을 중단한 것은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판매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지난해 5월 중국 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받도록 했다. 지난 6월에 4차 인증이 진행됐고 여기서 삼성SDI와 LG화학은 인증 획득에 실패했다. 이들 두 업체는 내달 예고된 5차 인증을 준비중이다.
인증 획득에 실패한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업체로서는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을 사전에 중단한 것이다.
삼성SDI는 JAC의 해당 모델에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계약을 맺고 국내 천안사업장과 중국 텐진법인에서 월간 수백만 셀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가격이 비싸지만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1회 충전시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미국의 테슬라 모델S도 파나소닉으로부터 공급받은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JAC의 iEV6s 모델도 1회 충전시 250km를 달릴 수 있다고 해서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4월에 시진핑 주석이 안휘성의 JAC 본사를 직접 방문해 차량에 탑승하고 시운전도 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에서는 주목받는 모델 가운데 하나다.
업계에서는 JAC모터스의 생산 중단에 대해 사드 배치와도 관련지어서 생각하는 움직임이다. 삼성SDI가 모범규준 인증 획득에 실패한 것은 지난달인데 JAC모터스가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지난 주말로 알려졌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공식 발표된 것은 지난주 금요일이다.
JAC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짧은 저가형 모델인 iEV6e 모델은 지난 1월에 모범규준 인증을 획득한 중국 현지 업체인 국헌고과(Hefei Guoxuan H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내달 삼성SDI가 모범규준을 인증받게 되면 JAC가 해당 모델 생산을 다시 재개하기로 했다”며 “납품 중단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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