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란 간 교역 확대의 관건이었던 유로화 대체 결제시스템이 이르면 9월 가동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추진하고 있는 456억달러 규모 이란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한국이 만든 한·이란 유로화 결제 시스템에 대해 암묵적인 승인을 한 결과 이르면 다음달 이 시스템을 시범 가동하고,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국내은행이 유럽계은행을 중개자로 해서 유로화거래를 하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이란기업과 거래하는 국내기업이 송금할때 ‘국내은행(원화)→유럽은행(유로화)→이란은행(유로화)’을 거쳐 이란기업으로 돈이 보내진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한·이란 결제 시스템 구축에 대해 공감한 만큼 은행들이 파트너 역할을 할 유럽계 은행을 찾는 데 탄력이 붙은 상황”이라며 “유럽계 은행과 파트너십만 체결하면 곧바로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조선·자동차 등 한국기업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있는 이란중앙은행 명의 결제계좌를 통해 원화로 대금을 지급받고, 이란기업은 이란중앙은행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형식으로 거래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기업은행과 이란중앙은행 사이에 실질적인 돈 거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유로화 결제 시스템이 추가될 경우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면서 체결한 총 456억달러 규모 프로젝트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선업계가 이미 3조원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등도 조 단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6개 건설사는 지난달 27일 총 2조3000억원 규모 병원 건설사업에서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했다.
정책금융기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150억달러 규모 금융 패키지를 마련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현재 이란 중앙은행 등과 수출금융 지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도 50억유로 규모 수출금융 지원을 위해 계약서 초안을 이란 측에 전달했고, 향후 협상을 통해 계약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무보는 유로화 결제시스템이 조기 구축될 경우 이르면 9월 중 계약성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과 거래가 많은 이란은 유로화 결제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이란과 거래할 때 유로화를 송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달러화 환전이 미국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염려
[조시영 기자 / 고재만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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