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대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TV용 디스플레이 매출을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고가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늘면서 TV 용 디스플레이가 휴대폰에 왕좌를 물려준 것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휴대폰용 디스플레이의 올해 시장 매출은 328억 달러를 기록, 304억 달러에 그칠 TV용 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제품별 디스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평판(플랫) 디스플레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2000년대 초반 이후 TV용 디스플레이가 제품별 매출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4년 427억 달러를 기록했던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 409억 달러에서 올해 304억 달러로 급격히 주저앉은 뒤, 내년부터 2020년까지는 320억 달러 안팎으로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TV에 주로 사용되는 LCD 패널 값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다 TV 수요 또한 매년 소폭 줄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PC나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매출도 감소 추세다. 2014년 212억 달러를 기록했던 이들 매출은 올해 139억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PC 모니터용 패널 시장도 같은 기간 131억 달러에서 94억 달러로 급감이 예상된다.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PC 시장 침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PC 출하량은 전년 보다 7.3% 감소가 예상된다. 2012년 3억4300만대로 정점을 찍은 글로벌 PC 출하량은 매년 7~8%씩 꾸준히 줄고 있다.
휴대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이와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간 매출은 2014년 288억 달러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돌파, 318억 달러의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32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제품별 디스플레이에서 32.9%의 비중을 기록한 뒤, 내년에는 34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휴대폰용 디스플레이만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는 요인으로는 OLED 패널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에는 시리즈 첫 모델부터 OLED 패널이 탑재됐으며 애플 또한 내년부터 출시하는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채택할 예정이다. 화웨이와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OLED 패널 사용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개당 단가는 현재 34.89달러로 LCD 패널의 12.62 달러에 비해 약 3배 가량 비싸다. 매출 집계에서 휴대폰용 패널이 TV용 패널을 앞서는 것은 이런 이유다. 현재 TV에 사용되는 OLED 패널의 비중은 0.5%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OLED 패널은 자유롭게 휘거나 접거나 심지어 돌돌 말 수도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는 OLED 패널 사용은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HS는 2014년 76억 달러에 불과했던 휴대폰용 OLED 패널 매출이 올해는 12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LCD 패널 매출은 2014년 212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 2018년에는 OLED 패널과 매출이 역전될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OLED 패널 매출은 186억 달러, LCD 패널은 177억 달러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성장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 투자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LCD 패널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수익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반면 OLED 에서는 아직까지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거세게 추격해오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1분기 기준으로 매출 점유율 99.6%, 출하량 점유율 99.4%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또 LG디스플레이도 최근 경북 구미에 이어 경기도 파주에도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생산라인
기술 변화로 OLED 패널의 시장이 커진 반면 단종되는 제품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PDP TV와 디지털 액자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이 중단됐다. 올해는 브라운관(CRT) TV와 PMP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IHS는 내다봤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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