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 출신 고위 임원을 영입했다. ‘타도 삼성·애플’을 외치고 있는 화웨이가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가 삼성전자에서 전무로 근무했던 앤디 호를 중국 본토 담당 소비자사업부분 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앤디 호 전무는 삼성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등 범 중화권 판매를 담당하다 지난 4월 계약 만료로 회사를 그만뒀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꺾겠다는 각오를 가진 화웨이는 꾸준히 이들 두 회사를 자극해왔다. 삼성전자를 상대로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 법원에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 위안(약 13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지난 1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 출시에 앞서 대화면 스마트폰인 아너노트8 출시행사를 열어 삼성 뿐 아니라 내달 출시행사를 예정하고 있는 애플마저 불편함을 갖게 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10월에는 애플 아이폰의 첫번째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참여했던 애비게일 새라 브로디를 영입한 바 있다. 2012년에는 양저 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중국 본토담당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소비자사업부문 CMO로 기용하는 등 삼성·애플 따라잡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올 2분기 북미 시장에서 10위권에 머무르는 등 중국을 제외하고는 아직 존재감이 없다”며 “이러한 인지도 부족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가져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서도 화웨이의 기술력을 강조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고 정정당당하게 기술로 삼성 애플 등과 겨루겠다는 각오다.
이러한 화웨이의 전략에 대해 삼성전자는 정공법으로 맞섰다. 지난달 화웨이의 안방인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 화웨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화웨이의 특허 소송 외에도 전방위적인 인력 스카우트에 대해 국내 업계는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에 화웨이가 영입한 앤디 호 전무는 노키아에서 16년간 중국 판매 담당을 맡은 중국 휴대폰 업계에서는 산증인 같은 인물이다. 삼성전자도 2012년 4월 앤디 호 전무를 어렵게 영입했지만 최근 계약이 끝나 그를 화웨이에 뺏기게 됐다. 삼성전자가 내건 이직금지 규정이 3개월이라 화웨이가 이를 충분히 피해갔다는 설명이다.
화웨이는 회사 이름 자체가 중국의 굴기(堀起·도약)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는 뜻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의 런정페이(任正非)가 1987년 창업한 후 매출의 7분의 1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을 정도로 꾸준한 노력을 한 덕에 에릭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8%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애플(11.9%) 화웨이(9.4%)가 뒤를 잇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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