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몽헌 명예회장의 13번째 기일 하루 뒤인 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했다. 현대그룹의 주력회사였던 현대상선과 공식적으로 결별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전날 계열사 전체 임직원 5000여명 가정에 각각 삼계탕과 함께 편지를 보냈고, 현대상선 임직원들에겐 별도로 ‘이별 편지’를 전달했다.
현 회장은 편지에서 “혹서기임에도 기일행사에 참석해줘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뗀 뒤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떠나보내며 아쉬움이 남음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우리 현대그룹을 알차고 건실하게 성장시키자”고 다짐했다.
1976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버려진 유조선 3척으로 세운 국적 선사로 출발한 현대상선은 5일 신주상장을 마치며 40년만에 현대그룹에서 공식 분리됐다. 구조조정을 통해 감자와 출자전환, 신주상장까지 마친 현대상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맞이하게 됐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임직원들에게 “현대상선과 이별하게 되면서 발자취를 다시 되새겨 보고 국가경제적 위상을 새삼 느끼는 등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며 “연말연초에 인사발령이나 주재원 부임 시 다같이 인사 다니던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 현대상선 임직원 여러분과 이별한다는 것이 아직도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현 회장은 이어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었지만 현대상선의 더 큰 도약과 번영을 위한 것이었다”며 “새롭게 마련된 기반을 바탕으로 반드시 최선두의 글로벌선사로 성장해 세계 오대양을 누비는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대상선을 떼어낸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조 7000억원으로 다시 시작한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축소됐지만 현정은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재도약에 나선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사업을 이끌어온 현대아산은 탄산수 수입 등 신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상선 역시 이르면 이달 중 새로운 CEO를 맞이하면서 새출발을 할 전망이다. 다만 채권단 주도로 새로운 CEO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오리무중’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이해도가 높고 영업력이 뛰어난 CEO를 선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국내에선 적임자를 찾기 힘들고, 외국인에게 국가기간산업을 맡기는 것 역시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해운업계 글로벌 불황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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