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산업계에선 수출 채산성 악화 등 환율발 충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는 기본적으로 원화값 변동이 가져율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헷징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원화값 상승은 호재가 아닌 악재가 분명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많은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환율 변동에 따라 롤러코스터 실적을 보였다. 1분기에는 원화값 하락으로 약 5000억원의 환차익을 본 반면 2분기에는 원화값 상승으로 3000억원 상당의 환차손을 본 것이다. TV와 휴대폰의 경우 해외 생산 기지가 많아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제가 상당부분 구축이 되어 있어 환율로 인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을 한국서 생산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는 환율 변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도 원화값 상승이 반갑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원화값이 3~4% 올라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전후의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원화값 10원 변동에 월 80억원의 영업이익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오를 때마다 국내 완성차 5사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은 환율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원화강세에 따른 원화환산 이익 감소를 상쇄하려면 제품단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 시장에선 유럽산 자동차들의 가격인하 공세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현대차도 저가 판매로 대응하고 있다. 원화값이 올랐다고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다만 한국차의 가격경쟁력에서 원·달러 환율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엔화 환율이다. 한국차의 직접적 경쟁 상대가 일본차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화도 강세인 상황이므로 급격한 가격경쟁력 하락은 피할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유업계도 원유 수입 단가가 하락하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출비중이 내수보다 높기 때문에 악영향을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수출 비중이 70%를 넘고 있기 때문에 원화값이 강세 기조가 수출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예상 환율폭을 달러당 1170~1200원으로 예상했던 모 정유사는 현재 환율 수준이 예상했던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이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사들도 절반 이상을 수출을 하고 있어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1분기에는 환차익 620억원을 기록했으나 2분기에 환차손 270억원을 기록하는 등 롤러코스터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화학업계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대략 달러당 1100원 안팎을 올해 사업계획에 반영한 상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원화강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 걱정어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원료 등을 수입하는 양이 많아서 일정 부분 헤지가 이뤄지는 편이지만 수출이 더 많다보니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원화 강세에 수혜를 본다.
[노원명 기자 / 정욱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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