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백신공장 ‘L하우스’가 위치한 안동은 극서지 중 하나다. 방문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안동의 기온은 37.4도씨를 기록했다. 이날도 기온이 35도가 넘을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공장 직원들은 겨울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올해 겨울 북반구에서는 독감 3가 백신의 경우 A형 독감바이러스(H1N1, H3N2)와 B형 바이러스(빅토리아)에 대한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했다. 4가 백신은 여기에 B형 바이러스인 ‘야마가타’가 추가됐다. 독감예방주사 하나에 이런 다양한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예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SK케미칼이 개발한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은 한번의 접종으로 네 종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다. 이홍균 안동 L하우스 공장장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4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포함해 총 500만명 분의 생산을 끝냈다”며 “현재 진행중인 식품의약안전처의 국가검정 과정이 완료되면 이달 중 정식 출시돼 전국 병의원에 유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회사 중엔 4가 백신을 생산한 곳은 없었다. 다국적 제약사인 GSK의 4가 백신만 수입·판매됐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회사인 녹십자와 SK케미칼이 4가 백신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SK케미칼은 기존의 유정란을 이용한 백신이 아닌 무균 배양기를 통해 생산되는 세포배양 기술을 도입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SK케미칼은 스위스 노바티스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4가 독감 백신에 적용한 것은 세계최초다.
SK케미칼 L하우스는 대지면적 6만3000㎡에 최첨단 무균 생산 시스템을 보유했다. 외부에서 먼지나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가 철저했다. 먼지를 막는 무진복과 무진모자 그리고 신발덮개를 착용하고 공기차단시스템을 거쳐야 공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백신이 실제 배양되는 핵심시설을 가기 위해서는 무진복과 무진모자, 신발덮개를 한차례 더 착용하고 에어락을 다시 통과해야 했다. 또한 모니터 컨트롤러 등을 외부에 설치해 먼지나 세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세포배양탱크의 핵심부품들은 대부분 1회용으로 사용하고 처분하는 ‘싱글유즈시스템(Single Use System)’이 적용되고 있다. 세척과 멸균과정을 최소화해 오염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이 공장장은 “세포배양탱크는 무균을 유지하기 위해 세척과 멸균 시스템이 필요한데, 싱글유즈시스템이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되는 백신에 대한 검사 절차도 까다롭다. 완제품의 이물 검사 과정에서는 한번에 16컷을 촬영해 이물질이 들어간 불량제품을 걸러냈다. 세포배양방식의 백신은 생산준비부터 실제 생산까지 3개월이면 충분하다. 최대 생산량은 1억5000만 도즈(1회 접종량)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시작
이홍균 공장장은 “2000리터 규모의 세포배양탱크 2개에서 생산되는 백신 수율이 타 경쟁사와 비교할 때 우수하다”면서 “하루 15만 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고, 연간 최대 1억4000만 도즈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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