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효과로 제약사들이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제약사 3곳 중 2곳은 지난해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고, ‘혁신 제약사’의 지표가 되는 R&D 비중 10%를 넘긴 제약사도 10곳이었다.
17일 국내 상장 제약사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0개 제약사는 상반기에 총 4925억원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것으로 30개사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평균 9.2%로 집계됐다.
특히 30개사 중 66.7%인 20개사가 작년 상반기보다 R&D 투자를 늘렸고 이중 10개사는 R&D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한미약품이 699억원을 투자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 투자액 842억원보다는 17% 줄어든 액수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에 수출한 기술에 대한 후속연구 R&D 투자에서 절감요인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또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바이오벤처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 대웅제약, 녹십자 등도 상반기 R&D 투자액이 5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R&D 투자를 많이 했던 제약사들로 조금만 더 투자하면 기술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종근당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R&D 투자를 30% 이상 늘렸다. 종근당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 10여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 역시 항궤양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등 신약 부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고 녹십자도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매출 대비 R&D 비율을 살펴보면 LG생명과학이 18.4%로 가장 높았고 부광약품이 18.3%로 뒤를 이었다. 이어 한미약품(18.1%), 대웅제약(13.7%), 종근당(13.1%), 유나이티드제약(12.9%), 동아에스티(11.8%), 현대약품(11.7%), 일양약품(10.9%), 녹십자(10.9%) 등 총 10개
하태기 연구원은 “제약산업에 대한 기대가 크고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R&D에 대한 투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신약 R&D 투자가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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