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에 위치한 차량용 에어컨인 공조시스템 전문기업인 갑을오토텍이 강성노조의 공장 점거로 45일간 조업이 중단되며 도산 위기에 처했다. 회사측은 공장 일부만이라도 돌리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는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한 채 대치하고 있다. 벌써부터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갑을오토텍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회사 측은 지금까지 약 350억원에 달하는 매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장 내부 설비들에 대한 유지보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할 손실이나 납품 차질에 따른 고객사 클레임 등을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80여개에 달하는 협력사들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갑을오토텍 협력사인 애드테크의 박기용 사장은 “갑을오토텍 납품을 못하면서 매출이 40% 줄었고 은행이나 다른 거래처에서 괜찮은지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갑을오토텍 의존도가 높은 일부 협력사들은 매출이 70~80%씩 줄어든 곳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노조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40일 넘게 방치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는 조속히 공권력을 작동해 존폐의 위기에 직면한 갑을오토텍 및 협력업체의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적자가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갑을오토텍 노조는 매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왔다. 2014년에는 19일간 파업했으며 지난해에는 52일동안 파업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매년 기본급 인상 등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올해 역시 기본급을 월 15만2050원씩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지난달 8일부터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 외에도 노조는 △신입직원 채용시 거부권 △개인 연간소득 3% 초과 의료비 전액 회사 부담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면책조항 신설 △10년간 고용보장 등 과도한 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 수용할 시 연간 25억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갑을오토텍 생산직 근로자 평균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8400만원이고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평균 인건비는 9500만원에 달한다.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인 토요타(8351만원)보다 2000만원 가까이 높은 인건비가 들지만 1인당 매출액은 4억5000만원으로 토요타(15억9440만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갑을오토텍 인사노무부문장인 정민수 이사는 “생산성 수준을 노조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생산물량을 늘리고 싶어도 회사는 할 수 있는게 없다”며 “심지어 숙련도가 떨어지는 관리직 직원이 대체생산을 하는 것이 더 생산성이 높다”고 전했다.
더 이상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다가는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회사는 지난달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원들의 점거를 풀고 관리직 사원을 투입해 일부 생산라인만이라도 가동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이마저도 거부한 채 지난달 31일 회사 정문을 막고 관리직 직원들의 출근조차 막았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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