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홈쇼핑 영업정지, 대규모 검찰수사 등 악재가 끊이지 않던 롯데그룹이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소식에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그룹의 ‘2인자’이자 전체 그룹사를 통틀어 임직원들이 가장 존경하는 상사로 꼽혀왔던 인물이기에 직원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는 게 롯데관계자의 설명이다.
26일 오전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던 신동빈 롯데 회장도 비보를 접하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예정돼 있던 각 계열사들의 보고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 이 부회장의 능력과 성품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만큼 더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를 접한 직원들의 동요 또한 컸다. 40여년을 롯데에서 근무한 이 부회장이 오너가가 아닌 일반 직원으로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룹의 산역사이자 정신적 지주’로 통했던 만큼 직원들은 심리적 충격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않는 모습이였다. 한 롯데 임원은 “(부회장직을) 매년 그만한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그저 황망하다”며 “자존심이 셌던 분인데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다”고 전했다.
한 롯데 직원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유일하게 부회장이 됐고, 지금의 롯데를 만든 일등공신 중 한명으로 ‘롯데맨의 롤모델’이었다”이라며 “직원들에게도 온화하면서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곤 했는데 당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사실상 그룹 수뇌부 공백으로 비상사태다. 이 부회장 유고에 앞서 그룹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 그랜드오픈을 진두지휘해
롯데그룹은 이날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라는 긴급지침을 내리고 장례절차 논의에 들어갔다.
[손일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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