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회사 업무용으로 중고차를 알아보기 위해 중고차시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현대캐피탈 인증 중고차 매장을 보고 방문했습니다. 중고차 매매업체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 마음에 들고, ‘이런 것까지 알려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히 알려주더군요. 다만, 중고차는 신차와 달리 품질이 제각각이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걱정했는데, 이 문제도 품질보증으로 해결할 수 있더군요. 품질보증을 법으로 정해진 1개월 2000km보다 5배 이상 긴 6개월1만km까지 해준다는 직원 설명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 직원들도 신차에 버금가는 성능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살 일이 있으면 현대캐피탈 인증 중고차 매장을 찾겠다는 직원들도 있구요” (서울본점/K3 디젤 트렌디/35세 남자)
중고차 시장에 ‘인증 중고차’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벤츠, BMW, 렉서스 등 수입차 회사가 주도하는 인증 중고차시장에 금융회사인 현대캐피탈도 뛰어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인증 중고차시장에 뛰어들 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국내 중고차업계다. 가짜매물로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사기 행위가 기존 중고차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3~2014년 중고차 소비자가 접수한 피해건수는 총 843건이다. 지난해 접수건수는 459건으로 전년도의 384건보다 19.5% 증가했다.
피해유형 별로 살펴보면 중고차 성능점검 내용과 실제 차 상태가 다른 경우가 6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성능·상태 불량이 333건, 사고정보 고지 미흡이 180건, 주행거리 상이가 68건, 연식·모델(등급) 상이가 39건, 침수차량 미고지가 31건으로 나왔다.
이들 회사는 기존 중고차 유통시스템에 대한 이 같은 불신을 기회로 여겼다. 수입차 회사들은 자체 보유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품질을 보증해주면서 가격도 저렴한 중고차를 팔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물이 ‘명품 중고차’라 부르는 ‘인증 중고차’다.
인증 중고차는 자동차 회사나 금융 회사 등이 일정 기간 품질을 보증해주는 상품이다. 신차 전시장에 버금가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전시장에서 전문 딜러의 상담을 받으며 인증 중고차를 고를 수 있다. 신차에 버금가는 품질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격의 경우 예전에는 인증 중고차가 중고차시장에서 판매하는 중고차보다 비쌌지만 요즘은 거의 비슷하다. 품질 보증과 서비스를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경우도 많다
현대캐피탈은 수입 중고차 위주의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 지난해 5월 국산 중고차로 승부수를 던졌다. 수입 중고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산 중고차이지만 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품질을 확인하고 보증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까다롭게 고르다, 개선하다, 정직하게 판매하다, 보증하다’는 철학을 내걸고 중고차 품질 등급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현대캐피탈은 품질 등급을 매기기 위해 리스·렌트 반납 차량을 대상으로 사고 이력을 분석한 뒤 A~E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중 무사고(A)와 경미사고(B)에 해당하는 상위 등급만을 선별하고 정숙성, 안정성, 쾌적함 등 3가지 테스트를 거쳐 등급을 다시 세분화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별된 차량을 대상으로 정밀검사와 품질개선에 들어간다. 총 7개 영역, 133개 항목에 대해 전속 정비공장에서 다시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를 통과한 차량은 흠집제거, 타이어와 배터리 교환, 고급광택, 실내항균 및 클리닝 절차를 통해 상품가치를 높이고 최종적으로 등급을 부여받는다.
품질등급이 ‘A1+’인 차량은 무사고이면서 주행거리가 1만km 이하이고 운행품질도 우수하다. ‘B2’는 가벼운 사고가 있었고 주행거리는 1만~2만km 이내 이면서 운행품질은 평균인 차량이라는 뜻이다.
소비자에게는 해당 차의 사고·정비·점검 이력, 기존 이용자 정보, 품질보증수리 및 잔여보증 기간 등 구매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담은 차량이력 리포트를 보여준다.
가격은 ‘정가’로 판매된다. 차량 전시장, 인증 중고차 홈페이지, 매물사이트 등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차량예약제를 도입, 소비자가 예약한 차는 일정 시간 동안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않는다.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뜻이다.
한번 팔면 끝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구매 뒤 6개월 1만km까지 책임보증과 무상수리를 제공한다. 현대·기아차의 잔여 보증기간도 적용한다.
소비자는 신차를 살 때처럼 현금 구매, 중고차 할부·리스 중에서 구입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인증 중고차가 좋은 반응을 얻자 서울에 이어 대구, 광주, 제주에도 매장을 개설했다. A·B 등급을 받은 차량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전시 대수는 150~200대 수준으로 적은 편이다
윤지환 서울본점 지점장은 “C~E 등급 차량도 판매해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판매대수를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중고차에 대한 불신을 없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거래 문화를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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