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된 지 1달이 지났지만 유선 강화 관련 후속 대책이 감감 무소식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수합병(M&A)에 다시 뛰어드는 게 부담스러운 시점에서 SK브로드밴드의 유상증자를 통한 유선망 투자를 할 법하지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는다.
SK텔레콤은 올해 7월 기준 2660만명의 무선 가입자를 보유한 1위 이동통신 사업자지만 유선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합상품으로 유무선 통신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CJ헬로비전 인수 무산이 무선 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한 우려마저 재차 키우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의 1위 사업자의 상징인 50%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월 13년 만에 무너진 뒤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소폭 감소하고 있다.
CJ헬로비전 인수는 단기간 가입자 증대라는 매력이 있었지만, 유선망 투자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 등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HFC 선로 기술은 가입자가 늘어날 경우 속도 제한이 발생하고, 다운로드 속도에 비해 업로드 속도가 확연히 느린 비대칭 상품 서비스만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도 “HFC는 구식망으로 분류되며 업체들도 차세대 망으로 각광받고 있고 FTTH에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선 가입자 확보가 시급한 데 설치 불가 지역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과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SO들은 HFC 방식의 인터넷 선로에 집중 투자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설비(동축케이블)를 활용할 수 있어 적은 투자로 고효율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물 내 동축케이블이 없거나 설비가 노후화돼 신호가 약하면 서비스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 하나의 선로만 있다면 거주자는 건물을 먼저 선점한 사업자의 서비스만 이용이 가능하다.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도시 내에서도 설치가 불가능한 곳이 의외로 있어 가입하겠다는 손님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매달 일정량의 인터넷 회선을 팔아야 하는데 이통사가 이런 문제는 알아서 해결해줘야 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사업자들은 FTTH 선로를 확충하고 가입자들의 서비스 전환을 독려하는 등 HF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FTTH는 하나의 광케이블을 여러 가입자가 이용해도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최대 강점이다. 이외에도 선로가 모두 광섬유로 이뤄져 있어 소비자 마케팅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와 동등결합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직접 유선망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빠른 시일 내 결정될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초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에 쏟아부을 계획이었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유선망 투자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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