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이익을 높여야 합니다. 목재 펄프를 활용한 기존의 종이 수요도 지속되겠지만 산업 발전에 따라 특수지 수요도 증가할 것인 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수소재 종이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담배 필터지, 벽지, 시멘트·밀가루 포장용지인 크라프트지 등 특수지 전문업체인 국일제지의 최고경영자(CEO)로 올해 3월 취임한 변종경 대표(67)는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변 대표는 “역삼투압 방식의 수처리필터에 들어가는 원지(Reverse Osmosis membrane)와 과실 봉지, 특수 열전사지 등 특수지 8종을 전략품목으로 선정하고 회사 역량을 이들 8개 품목 육성에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펄프가 아닌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는 역삼투압 원지(RO원지)는 변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최근 개발에 성공한 특수지로, 일반 종이 대비 가격이 약 10배 이상 높은 고부가 지종이다. 정수가 안된 물이 극도로 미세한 역삼투압 방식의 수처리필터(RO필터)에 이르면, 수압에 의해 오염물질들은 막을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깨끗한 물만 걸러지게 된다.
변 대표는 “담배 필터지와 강판간지 등 기존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 왔다”면서 “그동안 수처리 시설에 필요한 RO원지를 연구한 끝에 시험 생산을 거쳐 이달 말부터 경기도 용인공장에서 본격 양산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최초의 양산이라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산업계는 RO원지를 독일, 미국, 일본 등지에서 100%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RO원지를 1000t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며 “지금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국내외 굴지의 수처리 시설 생산업체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개발한 RO원지를 들고 당당하게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국일제지는 또한 과실 봉지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 대표는 “봉지는 포도, 배, 사과, 복숭아 등 과일 성장시 포장해 농약이 과일에 묻는 것을 막고, 해충 피해를 줄이고,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충남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과실 봉지는 투기성과 빛 차단성, 발수성을 과실 특성에 맞게 적정하게 조절해 품질이 우수한 만큼 동남아 등지에 수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목재 펄프에서 특수소재를 활용한 8개 전략품목 중심의 사업구조를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해 승화형 열전사지 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고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하는 현상을 승화라 하는데, 승화전사는 승화잉크를 사용해 고온 상태에서 액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화돼 전사 소재에 스며들어 염착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화학섬유에 열전사지를 안착시킨다. 변 대표는 “8개 전략품목을 제대로 키워 회사의 외형보다는 이익을 더 많이 끌어올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용어 설명>
▷ 역삼투압 : 농도차가 있는 두 용액을 반투막(멤브레인)으로 분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농도가 낮은 용액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수위 차이를 ‘삼투압’이라 하는데, 역삼투압 방식은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반대로 가해 반투막을 통해 물분자만 통과시켜 물을 정화한다.
[민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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