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와 환율하락 효과, 항공 수요 급증에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일굴 것으로 관측되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사태의 여진에 연이어 발목을 잡히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단 자회사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인해 하반기 이후에도 4300억원 가량 보유 지분 손실 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외 투자자 시선까지 영하권으로 떨어져 추가 자금 조달까지 방해받고 있다.
이 때문에 1000%를 돌파한 부채비율을 낮추는 게 선결과제인 대한항공 행보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지분 33.23%를 쥔 최대주주다.
한진해운 출혈로 인해 한진그룹 주축인 대한항공 재무상태는 꾸준히 악화돼 왔다. 2013년 이후 한진해운에 8200억원 자금 지원에 나선게 재무 악화 주범이다.
최근 반년새 부채비율은 868%에서 1082%로 뛰어올랐고 신용등급은 투자등급(BBB+)으로 급락했다. 단기 차입금은 1조원으로 연간 이자비용만 400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출혈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하반기 이후에도 한진해운 보유 지분 등에서 4306억원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에는 이미 3900억원을 손실 처리하며 내상을 입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자금 구하기가 쉽지 않아진 셈이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21일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담보대출을 어렵게 결정지은 후 해외 투자자 시선이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는 점이다.
28일 대한항공은 다음달 3억달러 규모 해외 영구채(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재추진 계획을 밝혔다. 27일 투자 의사를 밝혔던 해외 대형 기관투자자가 한진해운 리스크를 우려하며 잇달아 발을 빼 발행이 무산된데 따른 것이다. 다음달 발행도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 위험수준까지 올라간 부채비율을 낮추는 수단이 막혀버리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여기에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대한항공 자금 조달 여건이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진 계열사 리스크까지 짊어지고 발행에 나서야 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높게 제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이사회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재무적으로 한계까지 몰린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한진해운등 계열사 지원에 나설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대한항공의 운명은 3분기 성수기 국면에 회복하는 항공시장 온기를 얼만큼 소화할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영업에 관해서는 전망은 낙관적이다. 2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4027억원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이 4887억원으로 분기 최대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비용이 줄었지만 여객 수송량은 급증했다”며 “7~8월 탑승률이 82%를 넘어서면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공동 운항에 나서기로 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델타와 코드쉐어(공동운항)로 1000억원 이상 미주 매출 증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의 재무상황은 결국 견조한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현재 최악의 상태인 재무상황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선시키느냐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28일 한진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관련 손실까지 감안해 올 하반기 성수기 국면 영업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며 “결국 여객, 화물이라는 본연의 실적으로 승부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은 한진해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파산6부(김정만
법원 관계자는 “(오는 11월) 조사위원 실사보고서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회생계획 인가 전 M&A가 회사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안인 만큼 이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고민서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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