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12월27일. 현대·기아·아시아·쌍용·현대정공 등 자동차 5사를 포함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국회 노동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반발이었다. 지하철 병원 등 노조들이 부분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공장마저 멈춰서자 후폭풍이 거셌다. 생산 감소 염려에 증시가 하루 사이 18.75포인트가 하락해 45개월만에 최저치인 659.01포인트로 떨어졌고 현대차는 69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경제 콘트롤 타워인 재정경제원은 비상이었다. 가뜩이나 수출이 부진한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그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38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7년 환란위기 1년 전에 등장한 대규모 정치파업은 ‘국운쇠락’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1996년 총파업은 2016년 오늘날 총파업 조짐과 정확히 오버랩 된다. 20년전 당시나 지금이나 파업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인 규모로, 산업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근로조건 개선이나 개별사업장의 현안이 아니라 정권 퇴진 목소리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정치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대선이 1년 앞으로 닥쳐왔다.
◆명분은 언제나 ‘개악저지’
파업 명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개악 저지’다.
1996년 4월24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노동법이 도입된지 40년이 지났다”며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고 천명했다. 이른바 노사간 갈등을 치유하고 협력적 동반적 관계로 거듭나자는 뜻에서 ‘신노사관계 구상’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때에 한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정리해고제’와 탄력적으로 시간을 관리해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하는 한편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등 이른바 ‘3금 조항’은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 관련법을 그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OECD 가입국에 맞게 노동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기업의 숨통을 함께 터주는 조치였다.
하지만 국회는 리더십이 실종된 상태였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급기야 여당은 12월26일 본회의를 단독 소집해 강행 처리했다.
노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섰다. 곧바로 현대중공업 등 민노총 산하 88개 사업장에서 15만명이상의 근로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1월부터 파업의 불길은 교육계 학계 사회단체까지 번졌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물러섰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야당 총수를 만나 노동법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법은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 정리해고제 2년 유예로 후퇴했다.
◆위기 감시 눈을 가리는 파업
정치파업은 큰 후유증을 초래했다. 사회 갈등을 부추겼고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파업으로 돌렸다.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1997년 1월23일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부도가 속출했고, 정부가 그해 5월 외국인주식투자한도를 지분 20%에서 23%로 늘리는 등 자본 유출 막기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그해 11월21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파업을 놓고 염려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자칫하면 20년 전 보다 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작년 11월부터 노동5법인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고 이달 들어서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실제 파업이 벌어졌다. 1년째 노동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물려 현대차 노조마저 파업 대열에 동참했고, 화물연대도 파업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현대차의 경우는 임금피크제를 안한다고 했는데도 파업을 했다”며 “이는 순전히 정치적 파업으로 노조가 이미 대선전에 뛰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6년 내우외환 속 노조의 총파업이 벌어지면서 외환위기가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차질도 불가피하다.
◆노동개혁 실패시 산업체질 악화
더 큰 문제는 노조 반발로 이들 개혁이 실패할 경우 효율적인 산업 구조로 탈바꿈이 안 된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던 노동5법은 근로자의 근무기한을 확대(2년→4년)하고 뿌리 산업에도 파견업을 확대하며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등 현재 산업구조에 발맞춰 비현실적인 법안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은 비효율적인 공공기관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능력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재정국장으로 파견돼있던 이용희 서울대 객원교수는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 우리가 3% 미만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걸 알아야한다”면서 “당장 파업을 줄이는 것이 급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갈등을 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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