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을 정상화 하는 문제를 놓고 정부·채권단·회사가 3일동안 하루 간격으로 생존 결정·자본확충 계획·자구계획을 각각 밝히면서 업계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옥포조선소 만큼은 살려야 한다”고 호소한 데 대해 ‘대우조선을 당장 정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반응과 ‘결국 또 버티기냐’는 반응이 모두 나왔다. 경쟁사들은 수주 경쟁에서 대우조선이 이탈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이지만 대우조선을 청산할 때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날 정 사장이 진행한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대우조선 처리 부분과 지난 1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내놓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계획’을 정리해 발표하고 회사 차원의 자구계획을 밝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그가 내세운 대우조선 정상화의 당위는 ▲대우조선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 ▲대우조선의 수주잔고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경쟁사보다 수주절벽을 버틸 여유가 있다는 점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자본확충은 지난해 10월 결정된 4조2000억원의 지원 범위 안에 있다는 점 등이다.
◆ LNG운반선 기술 정말 대우조선 최고인가?
LNG운반선 기술은 대우조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정 사장의 발언에 대해 경쟁사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수주실적이 가장 많다고 대우조선의 LNG운반선 건조 기술이 최고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도 LNG운반선을 만드는 기술력이 최고”라며 조선 빅3의 우열을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도 “해당 선종을 건조한 경험이 많고 적음의 차이이지 조선 빅3 사이에 기술력의 차이는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험이 많으면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B사 관계자는 “선박 건조 기술은 양적 지표로만 평가할 수 없다”며 “건조 경력에서 오는 노하우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LNG운반선의 수주 실적은 대우조선이, 실제로 배를 지은 건조 실적은 삼성중공업이 각각 1위이다.
◆ 경쟁사보다 100억달러 많은 대우조선 수주잔고, 안전한가?
대우조선의 9월말 기준 수주잔량은 351억 달러로 조선 빅3 중 가장 많다. 현대중공업은 233억 달러(그룹 조선·해양 사업부는 344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282억 달러의 수주잔량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경쟁사들보다 100억 달러 가량 많은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절벽에 버틸 여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쟁사들은 “공사를 하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를 주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주잔량은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실패하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학과장)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의 선수금환급보증(RG)를 가장 많이 발행했고, 그 금액은 14조원에 이른다”며 “대우조선을 청산하는 데도 국민 세금이 들어가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 자본확충 위한 출자전환, 추가 지원 여부 논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대우조선 채권단이 지난 1일 발표한 대우조선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도 논란이다. 대우조선의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출자전환을 신규 지원으로 보지 않는다. 이동훈 금융위원회 기업구조개선과 과장은 “현재 산은이 계획하고 있는 출자전환은 대우조선의 회계 상 부채로 잡혀 있는 유동성 지원금을 자본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회계 계정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지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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