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며 국제 시장에서 정책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1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LG화학, 한화케미칼은 각각 배터리, 태양광 사업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LG화학은 전지 부문에서 1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전지 부문에서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제품의 국제 가격 약세로 인해 태양광·기타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보다 30.1% 줄어든 992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한화케미칼 태양광 부문의 난제는 모두 중국에서 비롯됐다.
LG화학은 중국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자사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올해 안에 인증 획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LG화학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자국 내 5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힘입은 BYD는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자사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순위도 파나소닉에 이은 2위이다.
한화케미칼 태양광·기타 부문의 실적 악화 이유로 지목된 제품 가격 약세는 중국 태양광업체들이 생산설비를 증설하면서 촉발됐다. 태양광 전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공급과잉으로 국제 가격이 하락한 뒤 원가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이 도태되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6기가와트(GW)가 넘는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 업체는 징코솔라(6.3GW), GCL(6GW) 등 2곳이다. 한화큐셀의 국내외 생산능력은 5.5GW다.
중국 경쟁사들과 공급 물량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국내 화학업체들에게 트럼프의 당선은 수요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악재다. 트럼프의 에너지 분야 공약은 전통적 에너지원인 석유를 더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 현실화되면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환경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원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떨어지면 화석연료와 주류 에너지원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태양광 산업과 내연기관차와 경쟁해야 하는 전기차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의 집권으로 유가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태양광·전기차 산업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집권으로 인한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트럼프는 인간이 기후변화·지구 온난화를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전기차 지원 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의 기초소재 사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밝다. 중국 화학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석탄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를 이유로 연간 석탄 채굴 일수를 기존 330일에서 276일로 줄였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약 5억t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올초 t당 50달러 수준에 머물던 중국 내 석탄 가격은 최근 70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정부의 석탄 산업 규제는 석유 기반 화학사업을 하는 국내 화학업계에는 호재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모두 지난 3분기 석탄가격 급등으로 중국 폴리염화비닐(PVC)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자 그 반사이익을 누렸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석탄과 에탄가스 가격 상승으로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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