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주광 씨(가명·29)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취업을 고려하지 않고 온라인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안정적인 직장을 들어가는 대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창업을 취업의 대안이 아닌 직업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가 있는 것 또한 한몫했다.
#. 출산 후 육아를 이유로 회사에서 퇴사한 유지은 씨(45) 도 창업을 선택했다. 여성이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한 번 회사를 떠나면 다시 직장을 잡기가 어려운 ‘경력단절’ 문제는 그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유 씨는 과거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아동 의류를 판매하는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고, 사업영역 또한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는 20·30대 남성과 출산·육아로 경력에 공백이 생긴 40대 여성, 경기부진에 고용불안이 커진 40~5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창업은 1인 창업이 가능한데다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어 다른 창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오프라인 창업 또한 자영업자의 급격한 증가로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들 계층이 위험이 낮은 온라인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쇼핑몰 플랫폼 제공업체인 카페2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몰 창업자 가운데 20·30대 남성의 비중은 38.7%로 집계됐다. 2014년 37%, 2015년 36.8%에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매달 통계집계 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들 연령대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고, 이들이 취업의 대안으로 온라인 창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40대 여성의 온라인 창업 비중 또한 2014년에는 7.5%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8.2%까지 확대됐다.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느끼고 온라인 창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다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문제와도 연관이 깊다.
온라인 창업 시장에서 40·50대 남성의 비중이 확 늘어난 것 역시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40·50대 남성의 비중은 2014년 16.3%, 2015년 16.9%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8.6%까지 커졌다. 경기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온라인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게 온라인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과거 반도체 분야 엔지니어로 일하다 사물인터넷 분야의 온라인 창업에 나선 김동용 씨(46)는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불안하게 정년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창업으로 전문경력을 지속하는 게 미래에 더 경쟁력이 높을 것으
카페24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창업은 투자금 부담과 리스크가 큰 자영업 창업과 비교해 소자본으로도 쉽게 창업이 가능하다”며 “다른 업무에 비해 본인이 직장생활에서 축적한 실무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반퇴자’ 창업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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