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들어 철광석·원료탄 등 철강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려는 철강업계와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려는 철강 수요업계는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는 중이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칭다오항 수입 기준 철광석 가격은 전주보다 2.3%(1.74달러) 상승한 t당 77.27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가격으로 8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중국 내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철광석 선물 거래가 급증하는 등 투기 자본이 유입되는 모습도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철강 원자재인 강점탄 가격은 t당 300달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분기 평균 가격인 t당 80달러의 4배에 육박한다. 강점탄은 철광석 사이에 뭉쳐 넣어 용광로의 온도를 올리는 용도로 쓰인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쇳물 1t을 만드는 데 철광석은 1.6t, 원료탄은 0.7t 정도가 각각 필요하다.
철강제품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자 증권업계에서는 철강업체들이 수요업계에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전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철강업체들은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올리며 원재료 가격 인상을 반영했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전부 반영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조선, 자동차 등 수요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열연강판 가격을 t당 20만원 가량 인상했다”며 “어려운 수요업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t당 67만원으로 지난해 평균판매가격 58만원보다 15.5% 올랐다.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은 40%, 원료탄 가격은 239% 상승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은 열연강판 가격이 가장 적게 오른 나라다. 현재 가격과 지난해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하면 중국 내수 가격은 60.2%, 중국업체들의 수출 가격은 47.2%, 미국 내수 가격은 18.7% 각각 인상됐다.
철근가격 협상도 난항이다.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근을 만드는 제강(전기로)업체들은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와 4분기 철근 가격협상을 아직도 마치지 못했다. 제강업계에서는 국내 철근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강업계는 지난 2010~2011년에도 철근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제강업체 관계자는 “국내의 철강제품 수요업계 중 그나마 좋은 업황을 보이는 곳이 건설”이라며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수요업계는 저항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철강제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향후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인프라 투자 확대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이란·러시아가 일일 원유 생산량을 120만배럴 줄이기로 한 것도 철강제품 수요를 늘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석유개발업체들이 유전개발에 나서면서 에너지용 강관 수요가 늘어난다.
오일머니를 쥔 중동 산유국들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들도 석유가 돈이 되는 시대가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 때를 대비해 산업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국내 소재업체들에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도 수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OPEC 감산합의,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확대 등으로 인해 글로벌 철강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라며 “대부분 철강업체들은 내년 사업계획에 수출을 확대할 방안을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