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가 장기화되면서 백화점 연말 특수가 사라졌다. 백화점의 최대 대목인 겨울 정기세일 매출이 6년만에 역신장하는 등 국정혼란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메르스나 세월호 사태때보다 더 상황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기간 동안 롯데는 작년보다 0.7%, 현대는 1.2%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겨울 정기세일 기간 동안 매출이 롯데 7.2%, 현대 6.1% 증가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실적이다. 특히 백화점들이 15일 이상으로 겨울 정기세일 기간을 편성한 2011년 이후 6년만의 첫 역신장이라는게 백화점 업계의 설명이다. 백화점들은 올해 겨울 정기세일에서 역대 최대규모의 겨울 패딩 행사를 여는 등 매출을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지갑을 닫으면서 결국 마이너스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 대비 6.1포인트나 급락하며 7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직후(98.8) 보다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균치인 100보다 낮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백화점업계 연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달은 12월이다. 성탄절 등 연말특수가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높은 달이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이다. 패딩이나 외투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이 많이 팔리면서 매출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백화점 업계가 이같은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예년보다 일찍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겨울 의류 할인행사를 준비하는 등 많은 노력를 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며 “4분기 장사가 백화점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데 올해 매출 목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성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최순실 게이트’가 꼽힌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소비자들이 쇼핑을 자제하고 큰 규모의 소비를 뒤로 미루면서 ‘소비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 국민들이 세월호 사태때와 비슷하게 소비를 절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특히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최대 대목인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백화점 업계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인근 점포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5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달 26일 매출이 각각 11.1%, 5% 급락했다.
김영란법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다른 때보다 선물 수요가 많은 편인데 김영란법 영향으로 이런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영란법 실시 이후 첫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서 명절선물 판매도 곧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코리아세일페스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등 백화점 세일행사가 지나치게 많이 진행되면서 세일로 인한 판매 증대 효과가 많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겨울 정기세일 기간 동안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날씨와 온라인쇼핑의 증가 등도 백화점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겨울 정기세일이 역신장을 기록하면서 백화점 영업담당 부서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백화점이 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손일선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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