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경제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경제 사령탑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시장을 하루속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당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여준 소통의 리더십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은 외환시장 점검과 필요시 조치 등 그동안 해오던 것을 안정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며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 소비자심리 지수 등을 보면 지난 11월에 급격하게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가 가계, 기업 등 민간부문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전 부총리는 2004년 3월 12일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부터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리더십을 보여줬다. 당일 오전 11시 55분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이 전 부총리는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뒤 3시간 뒤인 오후 2시 30분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 문제만큼은 내가 책임지겠다. 경제주체들은 믿고 따라 달라”고 말하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 때문에 현재 경제 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며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경제팀 팀워크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경제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는 관료라는 사명감을 갖고 정부 부처가 앞장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해둔 어정쩡한 상태여서 유 부총리와 함께 사령탑이 공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하루속히 경제사령탑 권한을 명확히 해서 과도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당의 경우 이미 경제사령탑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면서 임 위원장 임명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은 정치적 영역이기 때문에 적어도 경제분야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여야가 합의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코리안 미러클 4 :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 보고회에서 임 위원장과 함께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며 시장 안정을 위한 메세지를 보낸 바 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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