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만성신부전으로 투병중 가족으로터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수술을 받은 김은(43,여)씨는 2011년 첫째 아이를 낳고, 3년에 걸쳐 둘째,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11월. 이들 부부는 결혼 한 지 1년이 지나더라도 임신 소식이 없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김씨가 만성신부전이라는 것. 큰 병원으로 가보란 말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재차 검사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딱히 아프거나 한 적도 없었는데, 난데없이 만성신부전이라고 하니 당황했어요. 더군다나 남편과 함께 아이를 기다려 왔는데...”
김씨는 1년여에 걸쳐 치료를 받았지만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됐던 탓에 이식 밖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다행히 당시 27살이던 남동생이 신장 기증을 해 준 덕분에 수술까지 할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못내 아쉬웠다.
“몸 상태가 예전과 달라졌고, 면역억제제 등 여러 약들을 먹어야 하는데 앞으로 어째야 하나 한숨만 나왔어요. 아기를 갖고 싶었는데 말이죠.”
장기 이식 후 임신은 쉽지 않다. 면역억제가 잘 되어야 하고, 이식받은 장기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가능하다. 대개 이식 후 1~2년이 지나서 임신을 시도한다.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출산까지도 꾸준히 관리가 필요하다. 자칫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행운은 기적처럼 찾아왔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은 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료와 건강관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수술 후 2년이 지나 첫 째 은서가 김 씨를 찾아왔다. 다행히 김 씨의 건강은 신장이식을 받기 전 보다 나아졌다. 2011년 은서출산 후 3년에 걸쳐 예서, 준서가 새로운 가족이 됐다. 현재도 자전거를 타고 일을 다닌다. 아이들 역시 별탈 없이 여느 아이들처럼 건강히 자라는 중이라고 한다.
김 씨는 “병을 알기 전 임신이 잘 안돼서 고민할 때와 달리 은서를 낳고 난 뒤 셋째까지 내리 임신하자 오히려 앞일이 까마득했다”며 “모두의 노력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고 또 탄생까지 이어지게 됐으니 더욱 더 열심히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것”이라고 환한 웃음을 내보였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6일 오후 1시 30분부터 암병원 지하1층 강당에서 장기이식인 송년회를 개최한다. 이번 송년회는 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의료진들과 함께 원내에서 장기 및 조직기증 캠페인과 함께 진행되며, 이날 행사에서 신장이식, 간이식 후 10년, 20년이 경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념패도 전달한다 또한 김 씨처럼 어려운 여
김성주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장기기증은 생명을 잇는 소중한 기회이자 기부”라며 “김은씨처럼 한 명의 기증이 한 사람을 살릴 뿐 아니라 더 많은 생명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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