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정유 업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와 미국의 통화 긴축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1개 비(非) OPEC 산유국이 감산에 합의한 뒤 국제유가가 오르자 조선업계는 발주 시장 회복을,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이익을 각각 기대해왔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서 국제유가의 향후 향방이 어두워졌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의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14달러(0.3%) 떨어진 배럴당 50.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 올리기 한 전날 WTI 가격은 1.94달러(3.7%) 폭락했지만 하루만에 보합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WTI 가격은 하락했지만 영국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0.12달러(0.22%) 오른 배럴당 54.02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미국 금리 인상 결정의 영향을 받아 1.74달러(3.12%)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미국 금리인상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사이에서 시험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리 빈센트 영국 클리퍼데이터 연구원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53달러 선을 지킬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며 “시장은 OPEC 감산합의가 수치로 확인되기를 기다리고 있어 유가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한 곳은 정유업계다. 매 분기 유가의 등락에 따라 재고평가손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지난 1분기 배럴당 20달러대이던 국제유가가 2분기 50달러선까지 오르면서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상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여파로 유가가 주춤한 3분기에는 정유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됐다. 4분기 들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합의한 뒤 러시아 등 비회원국까지 이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가 단숨에 배럴당 40달러대 중반에서 50달러를 돌파하자 정유업계는 2분기와 같은 호실적을 기대하는 중이다. 하지만 내년 국제유가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면 올해 4분기에 사둔 원유에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조선업계도 국제유가 하락이 달갑지 않다. 국제유가가 올라야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해저 유전 개발에 나서 수익성을 확보해 해양플랜트를 발주하기 때문이다. 또 원유를 많이 생산해야 이를 실어 나를 유조선 수요도 늘어난다. 조선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
반면 저유가가 유조선 수요가 늘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유가는 석유제품운반(PC)선의 수요를 늘려주고 있다”며 “산유국들이 남아도는 원유를 정제해 제품으로 팔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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