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가 엇갈린 면세점 3차대전에서 면세점 후발주자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마지막에 웃었다. 이들의 리더십과 통 큰 결단이 이번 면세점 전쟁의 승리의 핵심 요인이라는게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번 면세점 특허전에서 최근 공격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은 확실한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면세점 1차대전에서 참여해 체면을 구겼다. 참여업체 중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지난해 11월 벌어진 2차 대전에는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다시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 회장은 절치부심하며 신규 특허를 준비했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예년보다 일찍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사장 겸 현대면세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면세점 3차 대전 결과 발표가 나온 이후 이를 반영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파격적으로 승진 카드를 통해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천안에서 이뤄진 면세점 심사 프리젠테이션(PT)에 직접 나선 이 부회장은 ‘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며 정 회장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경쟁으로 주목받았던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도 3차대전에서 특허를 획득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남대문 신세계 본점 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정 총괄사장은 이번에도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면세점을 유치하며 2연승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함께 남매 독립경영을 시작한 정 총괄사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면세점 사업에서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외부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앞서 정 총괄사장은 지난 15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행사에 참석해 20년만에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때문에 정 총괄사장이 기존 은둔의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깨고 외부활동 보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지난해 특허를 획득한 신규 면세점 가운데 유일하게 안정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오픈 100일만에 최대 일매출 26억원을 달성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9월 신규면세점 중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는
업계에서는 유통 분야에서 막강한 영업력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신세계가 이번 강남 진출을 계기로 롯데, 호텔신라와 함께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3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일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