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2017 경제위기 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한 연구기관장들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신속하게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하는데도 정부가 정책금융을 동원해 낮은 금리로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부실기업을 연명시켜 부실을 키웠다는 진단이다. 이들은 공적자금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실업에 대응하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쓰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말할 수 없는) 성역이 되고 말았다”면서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구조조정이냐는 태도 때문에 결국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늘수록 제조업 근로자는 축소되는데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제조업 근로자를 늘렸다. 실제로 조선업의 경우 고부가 가치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고 미숙련 근로자 위주로 10만명을 늘리며 양적 팽창에 집중했다. 김 원장은 “과감하게 설비를 줄여야 하고 이에 다른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면서 “고통스럽지만 새 정부가 부실을 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은 정치권 포퓰리즘에 굴복해 부실기업을 연명시켰다는 문제가 이날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연구기관장들은 이것이야 말로 새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하며 구조조정 과정에 기업들에 반시장적인 정책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은 인기있는 얘기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망한 기업을 뒤치닥거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구조조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쳐야 하고 기업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업 등 부실이 심각한 산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지만, 채권단 채무조정만으로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 원장은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은 과감히 축소하는 등 산업 합리화를 추진하고 기업의 경영권 등 지배구조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내려 앉고 있는데 공급 역량을 더 늘려 (공급과 수요의) 차이를 키울 수 없다”면서 “수요가 줄면 공급을 줄여야 해서 기존 산업에 투자를 단기적으로 과감하게 할 만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보다는 기존 산업을 대체할 신산업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연구기관장들의 주장이다. 박 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산업 투자는 기대해 볼만하다”면서 “예를 들면 외환위기 때 공공근로 사업으로 동사무소의 여러 서류를 전산화했는데 오늘날 전자 정부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 먹거리 산업에도 노동집약적인 사업이 있으면 국가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 인력을 활용해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키운 신성장 산업은 결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연구기관장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은 돈을 쓰더라도 청년들이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승철 한국은행 부총재보 역시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 한국의 기업과 산업 분야에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뤄내고 노동생산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한국 청년들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테스크베드로 쓸 만큼 만족시키기 어려운 소비자”라면서 “IT 기술을 개발할 때 청년들이 테스트 역할을 맡으면 고용도 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체가 밀집한 경남 거제, 울산 등 지역에 긴급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충고도 나왔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울산, 거제 등에 있는 인력들을 오랜 기간 정주하던 인력이라 그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당분간 다시 취업하기 어렵다”면서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예로 들면 낡은 송유관들이 낡아 화재가 자주 나는데 국가 공유시설이라 정부가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등을 활용해서 취업 지원도 하고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연구기관장들은 국민 설득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구조조정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과정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구조조정 리더십을 복원해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
그는 이어 “공적자금은 새정부가 들어오기 전 선거공약으로 다뤄 다음 정부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바탕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만약 수술을 미루면 일본식 장기불황을 답습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강조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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