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대출창구를 사실상 폐쇄했습니다.
돈줄이 말라버린 중소기업들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저희 mbn이 집중기획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과 대책을 연속 보도합니다. 먼저 강태화 기자의 취재입니다.
【 기자 】
국내 선두권의 미끄럼방지 포장업체를 운영하며, 조달청의 관급공사를 수주한 서만태 회장.
환율 상승으로 운용자금의 대출이 필요했지만, 거래해 온 은행의 지점에서는 본점에서 승인이 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 인터뷰 : 서만태 / 경우엔지니어링 회장
- "외환은행 지점에서는 회사 기술을 보고 거래를 하려고, 또 지원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본점 승인이 어려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공사 대금이 곧 들어온다고 설득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외환은행 대출 담당자
- "여신금액 기준이 있어요. 내부적인 전결 기준이 있습니다.(일정 여신이 되는 업체는 지점에서, 그 이하는 본점에서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대출 중단.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국민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국민은행 관계자
- "7월 말 잔액 이상으로 대출을 늘리지 말라는 겁니다. 결국 상환이 돼야 대출이 나간다는 소리죠. 신규 고객이 와서 대출 하려고 하면 이제 심사 자체가 중단됐다고 보면 됩니다."
7월 수준의 대출 총액을 맞추라는 본점의 지시.
결국 기존 대출의 회수가 없다면 신규대출은 전면 중단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전문은행'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은행은 어떨까?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1조 원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12조 원까지 늘릴 여력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이 돈이 중소기업에 지원될지 은행 내부에서 조차 이견이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형중 /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 "영업을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돈 되는 곳에만 대출하는 구조적인 상황이거든요. 기업은행마저도 그런 식으로 간다면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기업은행도 대표적인 중소기업 대출 상품의 판매를 슬그머니 중단한 상태입니다.
▶ 스탠딩 : 강태화 / 기자
- "기업은행이 자랑하던 전자결제 대출 '싸이클론'의 홈페이지입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보증 업무를 담당하던 보험사에서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올렸다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보증사의 입장은 다릅니다.
▶ 인터뷰(☎) : 서울보증보험 관계자
- "대출의 주체는 은행이기 때문에, 은행이 안 된다면서 보증보험의 핑계를 댈지는 모르지만, 은행도 대출해 놓고 무조건 평생 망할 때까지 지원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이렇게 은행들이 외면하면서 지난 6월까지 매달 6조 원씩 늘어나던 중소기업 대출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대출을 하려다 보니 대출 금리는 연 7.5%, 2001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 인터뷰 : 이명박 / 대통령
「-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입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이럴 때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합니다."」
▶ 인터뷰 : 서만태 / 경우엔지니어링 회장
- "회사가 하나 생기기는 수십 년이 걸려도, 회사가 죽는 건 일순간에 없어질 수 있는데… 우리 종업원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생존이 걸린 문제 아닙니까."
잇따르는 정부의 권고와 대책.
하지만 현재 우리의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우산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태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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