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으로 의약품 급여화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환자 부담이 큰 중증 약제에 대한 국내건보급여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IQVIA)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국내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이는 주로 비만성 질환이나 경증 질환 약제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질환을 제외하고 항암제나 중증 감염질환 약제, 희귀질환 약제 등 일명 '스페셜티 의약품'에 대한 국내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았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보 약제비 지출액 가운데 스페셜티 약제 비중은 18%로 추정돼 중국(15%)보다는 높지만 미국(38%)이나 OECD 평균(36%), 의약분야 선진국 나라인 A7(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일본·영국·스위스) 평균(37%)의 절반에 그쳤다. 오는 2022년에도 한국의 건보 약제비 대비 스페셜티 약제 비중은 20%에 도달하는 데 그치는 반면 미국과 A7 국가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말 아토피 환자들의 숙원 치료제인 '듀피젠트'에 건강보험 적용이 결정되면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등 난치 질환제에 대한 급여화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폐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는 지지부진한 논의 끝에 지난해 9월 결국 무산됐다. 한 번 주사를 맞을 때마다 600만원을 내야 하는 키트루다처럼 고가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에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치는데, 약가 조정을 위한 공식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협의가 깨진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선 가족이 중증 질환에 걸리게 되면 의료비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이른바 '메디컬 푸어'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실제로 국내 의료비 부담은 높은 편이다.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40.8%) 다음으로 한국(36.8%)이 가계직접의료비 부담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재정 독성(financial toxicity)'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002~2012년 미국에서 암으로 진단받은 50세 이상 암환자 950만명의 재정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42%의 환자가 진단 후 2년 안에 평균 9만2000달러의 유동자산을 고갈한 것으로 나타났다. 62%의 환자들은 암 치료 때문에 빚을 져야 했다.
물론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전문가 집단(학회)을 중심으로 기존 치료 대비 항암제의 임상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가치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암 치료 관련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노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순건강이익(Net Health Benefit)'이라는 지표를 만들어 혁신 신약의 효과 대비 가격 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국내 일부 환자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 문재인 케어 2년간의 성과에 대해 '반쪽자리 보장성 강화'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한정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효과적인 제도 운영이 중요한데, 환자들이 가장 큰 의료비 부담을 느끼는 항목 중 하나인 의약품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5월 고시한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도 의약품 사후 재평가 등 규제는 강화된 반면 의약품의 혁신가치 인정과 보험 등재를 효율적으로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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